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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도전, 이제는 하프 마라톤이다 - 3

아프면 뛰지 말자. 쉬는 것도 훈련이다.

by 구르미

며칠 전 나이키 러닝 클럽의 훈련 중 20km를 달리는 세션이 있었다. 밖에서 뛰기는 좀 추웠고, 동력 트레드밀에서 같은 속도로 뛰기엔 약간 불편한 왼쪽 고관절이 부담이 되어, 내 페이스 대로 뛸 수 있는 무동력 트레드밀에서 뛰기로 했다.

야외, 그것도 길 한가운데에 러닝머신이 있다니. 생각 좀 해라 AI

무동력 트레드밀은 말 그대로 동력이 없이 내 힘으로 달리는 트레드밀인데, 꼭 바나나처럼 커브 형태로 되어 있어 내가 레일을 밟아서 앞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커브의 어느 부분을 밟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발을 더 내밀어 앞부분을 밟으면 중력을 더 받아서 더 빨리 달리게 되고 가운데로 오면 거의 걷다시피 하는 속도가 된다.


내 마음대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인터벌 훈련 때 자주 사용하던 트레드밀이었고, 커브로 된 부분을 밟기 때문에 수평 트레드밀 보다 상하로 내려가는 폭이 조금은 더 좁아져 무릎에 부담이 적어지는 느낌이었다.


왼쪽 발목이 살짝 불편했지만, 발목은 아픈 적이 없었어서 괜찮겠거니 했다. 그렇게 뛰는 동안 고관절도 의외로 불편하지 않았고, 무릎도 괜찮았다. 나이키 러닝 클럽 앱이 실내라서 내 속도를 과하게 빠르게 인식해서 100분 정도 달리고, 트레드밀 기준 15km를 넘었을 때 앱에서는 20km를 달렸다며 축하한다는 멘트가 들려왔다. 더 달린 순 있었지만 평면 트레드밀 보다 힘이 더 들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러닝을 멈췄다.


그리곤 평소처럼 스트레칭을 꼼꼼히 하고 자고 일어났는데.. 발목이 좀 아팠다. 처음엔 단순한 근육통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염증이 있다고 했다.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마라톤 대회가 이제 2주 남았다. 여기까지 준비해 온 시간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비 오는 날에도, 피곤한 날에도, 나는 늘 달렸다. 달리는 게 습관이자 루틴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쉬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 몸은 분명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마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운동을 멈추면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멈춤’이다. 회복도 훈련의 일부라는 말을 그동안은 머리로만 이해했는데, 이제야 조금은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쉬는 동안에도 근육은 쉬지 않는다.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고, 피로가 가라앉으며, 마음도 정돈된다. 어쩌면 그 시간 덕분에 더 단단한 발걸음을 만들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짐을 하지만.. 몸이 좀 쑤시는 건 사실이다. 마라톤 대회의 압박감도 압박감이지만, 달리는 것 자체가 나에게 루틴이 되어 안 하면 왠지 근질근질하다.


절충해서, 600 페이스 보다 빠르게 달리지 않고 5km를 넘지 않기로 하고 뛰기 전 후에 뛴 시간만큼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전기 자극이나 적외선 치료를 받아봤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어서 몸이 스스로 낫길 바랄 뿐이다.


대회까지 리하지 말고 컷오프만 안 당할 정도로 해보기로 했다. 아프면 멈춰야지. 미련한 내가 나이를 들면서 불변진리를 깨닫길 바란다. 내 몸은 무쇠가 아니다. 아프면 멈춰야 한다.


다른 일도 그렇다. 마음이 힘들고 아픈데, 무리해서 해봤자 나중에 더 탈 난다. 아, 일은 그만두면 아픈 게 아니라 내가 굶어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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