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84'처럼 한겨울에 마라톤에 참가하기

이렇게 추운 날에 돈 내고 마라톤 뛰기

by 구르미

요즘 와이프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극한84이다. 나도 재작년부터 꾸준히 달리고 있고, 와이프도 헬스장에서 꾸준히 러닝머신을 타고 있어서 달리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좋아서 본방으로 같이 보는 편이다.


국내에 마라톤 붐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기안84가 극한84를 통해 아프리카, 프랑스 마라톤에 도전했고, 마지막 도전은 북극이었다. 빙산도 달리고 일단 기본적으로 엄청 추운 곳이다. 그걸 보면서 와이프는,


"저렇게 추운데 마라톤을 하다니. 난 뛰라고 해도 안 뛰겠다."


"그렇지? 근데 그런 무모한 사람이 여기 있잖아. 그때 나간다고 했던 마라톤이 다음 주야 ㅋㅋㅋㅋㅋ"


헛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신청할 때만 해도 이렇게 추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일요일은 보통 저녁을 일찍 먹고 7시쯤 나가서 한 시간 정도 뛰고 돌아와서 씻고 극한84를 보는 게 루틴이었는데, 그날따라 정말 추웠다. 온도를 보니 영하 7도. 마라톤이 열리는 토요일 예상 최저 온도는 영하 9도. 해가 뜬다 해도 그다지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날씨. 후회가 밀려왔다. 왜 했을까...


며칠 전 같이 대회에 나가자고 먼저 제안했던 친구에게 '너 이번 대회 나갈 거야?'라는 메시지가 왔을 때 '웬일이지?'란 생각을 했는데, 아마 그 친구도 일기예보를 본 듯했다.


어차피 취소 기한도 지났고, 배번표랑 사은품도 다 받은 입장에서 날씨 때문에 출전을 포기할 순 없지 않겠나? 부랴부랴 대회 준비를 시작해 봤다.


대회 준비



이번 대회는 날씨도 날씨인데 거리도 부담이다. 지금까지 가장 길게 뛴 게 하프마라톤, 그것도 작년 11월에 한 번이었는데 이번에 신청한 거리는 32.2km이다. 풀코스에서 10km 빠진 거리. 안 다치고 완주할 수 있을까?


1. 훈련


달려야 할 거리는 신청할 때부터 걱정이었던 거라 12월 초에 신청하면서부터 대비 훈련을 시작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마일리지를 늘리는 것이었다.


사실 마일리지 훈련을 하면서 고민했던 게 있긴 했다. 바로 지속거리였다. 32.2km를 달리려면 느리게라도 그 거리를 달려야 하는 게 아닐까? 란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한번 20km를 달려보니 그 여파가 적어도 3~4일은 갔다. 그래서 무리해서 거리를 늘리기보다 매일매일 꾸준히 달리기로 했고 목표를 마일리지로 수정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6일은 달리기로 하고, 주중에는 매일 7km씩 달리고 토, 일에는 15km씩 달리기로 했다. 만약 전날 훈련이 힘들었다면 하루는 쉬기로 했지만 이틀 이상 쉬는 건 자제했다.


이렇게 두 달을 이어서 달렸다. 이렇게 달리면서도 부상이 오지 않았던 건 집요한 스트레칭과 쿨다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발 전 A, B, C 스킵을 번갈아 가며 땀이 날 때까지 10분 이상 했고, 종아리/허벅지 뒤쪽 인대 스트레칭, 엉덩이와 복근(복횡근, 장요근) 스트레칭도 잊지 않았다. 뛴 다음에도 다시 A 스킵을 점프하지 않고 드라이브해주면서 앞 허벅지를 풀어줬고, 꼭 찬물로 다리를 한참 뿌려줘 아이싱을 했다.


그렇게 한 달 마일리지를 200km까지 끌어올렸다.


2.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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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과 1월에 마라톤 오픈 클래스를 들으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사분이 말해주셨던 게 팔치기 였다.


사실 처음 자세를 바꿀 때만 해도 어색했고, 오히려 어깨가 아팠는데, 꾸준히 훈련하니 이제 익숙해졌다.


팔을 뒤로 힘 있게 치면서 골반 가동이 더 원활해졌고, 확실히 기존에 5km 즈음부터 아프던 골반이 10km 가까이 되어야 불편해졌고, 특히 고속으로 달릴 때 힘이 덜 들었다.


발목의 착지할 때 각도라던지, 무릎의 높이 라던지, 강습 이후에 자세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면서 훨씬 러닝이 안정적이게 되었다.


3. 방한 대책



아무래도 사람들의 사소한 일에 대한 기억력은 일 년을 넘기 힘든 것 같다. 작년 겨울에 날씨가 어땠는지를 기억해 보라고 하면, 좀 추웠나? 덜 추웠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예전부터 절기나 그런 걸 만들어서 날씨에 대한 기억을 다시 상기시킨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신청할 때에는 1월 말이면 그나마 좀 덜 추울 줄 알았다. '0도 근처면 그래도 뛸만하겠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사실 크게 생각도 안 했다. 어떻게 뛸 수는 있겠지.


그런데 대한이 지나고 한파 주의보에 심심하면 날아오는 안내 문자. 하필 가장 추울 때 마라톤이라니.


어떻게 입고 뛰는 게 좋을지 몰라 복장을 바꿔가며 며칠에 거쳐 나가서 뛰어 봤다.


- 경량패딩은 몸 풀 때부터 더워짐

- 합성솜 들어간 스포츠 재킷은 3km 정도면 더워짐

- 재킷을 허리에 매고 뛸 수는 있는데 영 걸리적 거림. 대신 멈추고 나서 바로 입어야 덜 추움

- 장갑 없이 뛰면 손이 완전히 엄

- 반팔, 반바지는 미친 짓임. 상의는 긴팔 입어도 추운데 언더레이어 입으면 딱 적당함. 대신 하의는 언더레이어까지는 불필요함

- 딱 붙는 언더레이어는 온도를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바람이 불 때 몸에 붙은 옷의 땀이 바로 식으면서 온도를 떨어트리는 걸 막아줌

- 추워도 땀은 나고 눈에 흐르는 땀은 정말 귀찮음

- 비니는 금방 더워지고 답답함


그래서 내린 복장의 결론은,


- 재킷은 감히 포기하고 우의를 입고 웜업하고 5km 정도까지 뛰다가 벗는다.

- 모자는 쓰지 않고 초반에 우의 모자로 보온한다. 대신 헤어밴드는 땀을 위해 착용한다.

- 긴팔 언더레이어에 긴팔 러닝 티셔츠를 입어 보온한다.

- 바지는 긴 마라톤 바지를 입는다. 추가로 내의는 입지 않는다.

- 양말은 레이온이 들어간 긴 양말을 신는다.

- 도착하자마자 차로 뛰어가 패딩을 입은 후 짐을 찾는다. (다행히 주차장과 결승선이 멀지 않다.)


4. 러닝 메이트


친한 회사 동료와 같이 뛰긴 하지만 같이 맞춰서 뛰긴 쉽지 않고 그렇게 뛰어본 적도 없어서 왠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간 뛸 때 내 러닝 메이트는 나이키 러닝 클럽 코칭과 음악이었다. 하프를 달릴 때도 하프에 맞는 보이스 코치가 있어서 주요 포인트마다 쓸모 있는 코칭을 해줬다. 과연 32.2km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다행히 있었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


D-5


하필 해안도로가 주 코스라 바닷바람 불면 얼마나 추울지 감이 안 오지만, 아직까지 3시간 이상 달려본 적이 없지만, 부디 안 다치고, 웃으며 도착할 수 있길 바라본다. 다음 주 메달 인증과 함께 한겨울 마라톤 완주기를 올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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