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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사춘기

Y와의 대전

by bony

M은 어렸을 적부터 남달랐다. M은 숲유치원 출신으로 활달한 성격을 가진 여자아이다. 아! 이젠 소녀지...

단발머리가 유독 어울렸던, 오뚝하고 예쁜 코를 가진 M, M엄마의 말에 따르면 생후 15개월서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M엄마의 등에 업혀서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시켜서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고 했다. 언어영재가 아니냐며 사람들을 놀라켰다는 M! M은 초등학교 때에도 놀기도 참 좋아하고 공부도 잘했었었다. 하지만 M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은 엄마에게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하고야 마는 고집이 있었다.

나는 그런 M을 영재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M과 우리 아들 둘 만 놀이터에서 끝까지 남아서 놀 때였다. 아마도 초등학교 1, 2학년때로 기억한다.

우리 집 바로 앞에 2동 놀이터에서 정말 저녁시간이 다 될 때까지 둘이 놀았다. 다른 친구들은 다 가고 없었다.

그런데, M이 2동 놀이터 뒤뜰에 있는 꽃이 예쁘다며 달려갔다. 그러더니 나보고 꽃이 여기보다는 다른 쪽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옮겨도 되냐고 묻는 동시에 꽃을 뿌리째 뽑았다. 왜 물어본 거지? 도대체 왜?

난 안된다고 했는데... 분명히!!! 자세히 보니 꽃이 한 뿌리가 아니다. 두 뿌리다. 내 속도 모르고 M이 너무 해맑게 꽃보다 더 예쁘게 웃었다. 황당했다. 경비원 아저씨가 오기 전에 빨리 다시 꽂아 놓으라고 했다. M이 대충 본인이 원하는 위치에 꽂아 놓았다. 꽃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이내 쓰러졌다.

아! M엄마가 M에게 화를 내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했다.

내가 아들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하면 M엄마는 항상 내게 말했다.

"언니, 그럼 우리 M 키울래? 아들도 힘들지만, 딸도 딸 나름이야~!"

내가 듣기론 그냥 머리가 좋은 아이들의 엄마가 웩슬러검사를 하러 올 때 우리 애가 좀 아이큐가 높다고 생각한다는데, 반면에 정말로 영재인 아이들의 엄마는 검사받을 때 우리 애 때문에 미쳐버리겠다고 힘들다고 하면서 하소연한다고 했는데 혹시 M도?

정말로 재밌는 사실은 우리 엄마들 중에서도 제일 똑똑한 T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M은 나 어렸을 때랑 똑같아! 걱정하지 마, 언니! 나를 봐. 잘 컸잖아!"

그러나 M엄마는 위로가 안 되는 듯했다.

어느 날 M엄마가 그렇게 무섭게 혼을 내는데도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뒤끝 없는 성격의 M이 사춘기가 왔다.


M은 가디언즈의 갤럭시에 나오는 그루트의 청소년기처럼 행동했다. 물론 우리 아들도 예외는 아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방문을 닫았다. 잔소리 공격에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화장대에는 온갖 올리브영에서 사 온 화장품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가부키 화장을 했다. 그렇게 말을 야무지게 잘하던 M이 입을 닫았다.


M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T엄마가 학부모상담을 마치고 막 나왔을 때, M과 딱 마주쳤다.

M이,

"T 괜찮데죠? 별 내용 없었죠? 잘한다고 하죠?"

이렇게 말을 잘했는데...

이젠 말이 없다. 낯설다.


사춘기가 되자 유독 친구들이 더 좋은 M이 자꾸 친구들을 만나고 공부를 안 하니 M엄마가 용돈을 어느 날 끊어버렸다. M엄마의 말에 따르면 궁색해진 M은 처음엔 아빠 다음엔 외할머니, 친할머니순으로 전화로 용돈을 달라고 했다고 했다. 결국 아빠는 수신차단했고, 두 할머니들도 용돈을 더 이상 주지 않았다.

그러자 M은 최후의 수단으로 Y의 통장의 돈을 몰래 빼갔다. Y가 모르는 사이에 13,000원이 M의 계좌로 송금되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아버린 9살의 Y가 화가 엄청났다.

"언니가 내 돈 13,000원 가져갔어? 그 돈 다 줄 때까지 나는 언니 방문 앞에서 안 떠날 거야! 내 돈 내놔~~!!!"

Y는 M의 방문 앞에 이불을 가져다 놓고 들어 누워버렸다.

"나 돈이 지금 당장 없어. 언니가 꼭 나중에 갚을게!"

"거짓말하지 마! 내가 어떻게 그걸 믿어!"

"아니야. 정말이야!"

"그럼 일부만이라도 지금 당장 갚아! 돈 줄 때까지 나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여!!"

"알았어. 알았어."

M은 Y에게 10원씩 송금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10원씩 계속 송금할 거야! 지금 돈이 얼마 있는데 그래?"

"3,000원 있어."

"그럼 3,000원만 줘! 내가 봐줄게!"

결국 언니 같은 동생의 넓은 아량으로 M은 3,000원만 갚았다.


절정을 달리고 있는 M의 사춘기가 이제 누군가의 주식의 하향곡선처럼 떨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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