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라..
거리에선 늘
누군가를 대신해 걸었다
발자국은 내 것인데
목적지는 늘 남의 것
목소리는 흐려졌다
안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목소리를 낼 줄 몰랐던 걸까
계약서엔 이름이 없었고
정해진 말투와
정해진 시선으로
하루를 연기했다
세상은 내게 '예'만을 요구했고
나는 거절을 연습하다
입을 잃었다
가끔 거울 앞에 서면
김이 낀 유리처럼
얼굴이 지워졌다
눈동자에 누구의 표정이
스며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그림자를 들고
누군가의 뒤를 밟았다
지시 없는 움직임조차
누군가의 의도를 흉내 낸 것
하수인은 누구였을까
지시한 자인가
행한 자인가
아니면…
질문조차 하지 못한 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