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화) 대표이사의 최면술

by 사고 뭉치

엉뚱하고 철이 없는 나는

그래도 명색이 회사 대표다.


좋게 말하면, 우리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회사를 지향한다.

복지가 넘치고 넘사벽 기업인 '구글'처럼 말이다.

중소업체가 그걸 따라하다 보니 가랑이가 몇 년째 찢어지고 있다.


하지만 비스무리하게 기분이라도 낼 수 있는 게 더러 있다.

그래서 입버릇처럼 하는 실천이 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월요일 아침, 차에 시동을 켠다.

그러면서 함께 일하는 아내 들으라고 한 마디 한다.

“오늘 월요일 시작했으니까, 오늘은 일단 다 갔다고 치고......”


또는, 점심을 먹고 나서는

“식사했으니까. 오늘 진짜 다 갔다고 보고......”


직원들 들으라고 또 한 마디 보탠다.

“와! 몇 시간만 버티면 집에 간다.”

난 안다. 대표이사로서는 한 없이 가볍고, 체통이라고는 전혀 없다는 것을.


참고로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이 11시부터 1시까지이고,

퇴근은 4시다. 회의는 일절 없고, 뭐 그렇다.

귀한 우리 직원들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게 고작 이 정도다.

점심시간은 오타가 아니다.


한 술 더 뜨기도 한다.

“오늘 월요일이니, 이번 주도 다 갔다고 보고......”

너무 앞서간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알면서도 얘기한다는 게 이미 중독임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최면을 걸어야 대표이사도 한 주를 버틸 힘이 겨우 생긴다.

대표이사도 계급장 떼면 별 다를 거 없는 일개 시민이다.


마약 같은 주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허튼 소리로만 들린 주문이 오늘 통했다.

뭐라도 불태워야 할 금요일이 내게로 왔다.


오늘 저녁부터 주말까지

미친 듯이 나를 잊고 놀아재낄 참이다.


그리고 이번엔 너무 더워서

차원이 다른 주문을 외울 것이다.

“7월 한 달도 다 갔다고 치고......“


그래도 일 할 시간은 충분하고 넘쳐나니 이상한 주문이 아닌가.

아니다. 그냥 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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