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라는 폭력 part 1

정상은 과연 정상인가.

by zeon
“넌 왜 그렇게 사니?”
”너만 유별나잖아!“
”정상적으로 살면 안 돼?“


’정상‘이라는 말은 과연 정상일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란 봉준호 감독의 말에 흥분했던 사회가, 실제로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슬쩍, 자신의 기준을 정상이라고 과대포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도 쉽게, 너무도 당연하게 타인에게 들이댄다. 일단 ‘구분 짓기’가 끝나면, 피아식별을 완료한 듯, 비판과 비난의 문이 활짝 열린다. 나는 이것을, 정상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 부른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아니, 한 번도 피워 본 적이 없다. 내가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던 건, 내 의지라기보다는 아버지의 영향이다. 골초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 우리 집엔 으레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아버지가 태웠던 하루 두 갑의 담배는 좁은 방 안을 채우기엔 넉넉했다. 벽지며 커튼이며, 곳곳에 찌든 냄새는 덤이었다. 담배 심부름은 집 안 막내인 내 몫이었다. 초등학생이란 미성년자 신분은 방어가 되지 못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청소년 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저씨, 88 하나 주세요.” 동네 슈퍼 사장님은 순순히 담배를 내어주었다. ‘그건 당연히 아버지 심부름이라고 믿었겠지.’ 그러나 그 연기도, 냄새도, 심부름도. 나는 정말, 죽도록 싫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 가장 먼저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뉘었다. 수업이 끝나면, 흡연자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시작했다. 단과대학 건물 3층 자판기 구역이 그들의 경기장이었다. 한번은 자판기 커피를 마시러 흡연장을 들렀다. 서로에게 농담을 건네며, 웃고 떠드는 모습. 서먹한 관계는 담배연기로 뭉쳐졌다. 같은 공간 속 이질감, 그 안의 공기가 나를 밀어내었다. 연기 속 그들은 나를 비흡연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았다.

한 무리는 자신들을 ‘스크프’라는 말로 경계를 그었다. 스모킹 클럽 프렌즈라나. 그 어설픈 영문 약자 ‘SCF’를 스크프라고 불렀다. 그때, 흡연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비정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분 짓기의 시작이었다.


그 구분 짓기는 군대에서 한층 더 선명해졌다. 내가 입대한 시기는 폭력과 불합리가 일상이었다. 간부뿐만 아니라 병사조차도, 욕설과 구타는 마치 디폴트값처럼 자동 실행되었다. 야간 경계 근무를 박상병과 나간 날이었다. 이등병이었던 난,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뻣뻣하게 서 있었다. 10분쯤 흘렀을 무렵, 그는 나에게 디스 한 개비를 건넸다. 군기 바짝 든 목소리로, “이병 지, 온,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적막을 깨는 소리에 그의 표정도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퍽-’, 그의 군화는 내 정강이를 빠르게 강타했다. “뭐야, 재미없게.” 정강이의 통증보다, 마음의 부아보다 더 컸던 건, 억울함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 기호가, 구타의 이유가 된다는 사실이. 담배 한 개비보다 못한 자존감은 무참히 붕괴되었다.


그날 밤, 나는 모포 속에 내 얼굴을 묻었다.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새어 나오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슬픔보다 진한 울분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타협하는 법을 모방했다. “여자친구 있냐?”라고 물으면, 없어도 ‘있다’고 꾸며 말했다. 휴식 시간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함께 갔다. 하다 못해 커피라도 뽑아 바쳤다. 이 사회의 경계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때 난 알았다. 정상이라는 기준은 결국, 조직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도구라는 걸. 절도 있는 동작, 일사불란한 반응은 곧 조직의 미덕이라는 걸. 리더가 앞으로 가라고 명령하면, 앞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그대로 해야 한다. 다르게 반응하면, 속된 말로 ‘고문관’ 취급을 받는다. 학업, 취업, 연애, 결혼. 남들과 비슷하게,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따라야만 한다. 사회의 가이드라인이니까. 조금만 벗어나도 따가운 시선이 날아든다.

“취직 언제 할래?”

“결혼은 왜 안 해?”


사실, 나도 그 라인을 쫓았다. 내 능력껏 공부했고, 수능 시험 점수에 맞춰 대학교에 입학했다.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정부출연기관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회식도 마다하지 않았고, 주말엔 고급 영어회화 책과 자기 계발 비법서를 뒤적였다. 성공한 어른의 일상을 비판 없이 수용했다. ‘정상’을 향한 정상으로 돌격하라는 사회의 집단 최면에 동참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묵묵하게,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그곳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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