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운명처럼, 아니면 우연처럼

by silver string

일요일 아침이다

일주일의 피곤함을 치유하고자

늦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서


두 딸아이의 인기척이 들렸지만

침대 이불속 게으름을 즐기고 있었다.


조금만 더

5분만 더!! 마음속으로

나 자신과 늦잠 협상을 맺고 있을 때였다.


거실에 있던 둘째 딸이

안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실눈을 뜨고 있던 내 눈동자에 포착되었다.

(안 돼!!! , 날 깨우지 말아 줘!!)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을 때


내 맘을 알아챘는지

둘째 딸은 안방 베란다로 후다닥 걸어갔다.


'칙칙 분무기로 물 뿌리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


뭐지? 귀를 기울이게 하는 둘째의 목소리.


'내가 많이 사랑해'

'꼭 자라서 나와야 돼'

'빨리'

'기다릴게'

'사랑해'


몇 달 전 유치원에서 나눠준 씨앗을

화분에 심었는데

씨앗이 썩었는지 화분에서 싹을 트지 못했다.


그냥 싹이 안 좋은가 보다 안 나오네 하고

나오지 않는 화분을 뒤로한 채

둘째를 위로해 주고

그냥 잊고 있었는데


2~3달이 지난 지금까지 화분에 물을 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매일 하고 있었나 보다.


평소에는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몰랐는데

오늘의 늦잠 덕분에

우연이라고 해야 될까?!

이 비상사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흠...

얼른 나가서

데이지 꽃 씨앗을 사 왔다.


그리고 와이프한테 비밀스럽게

집에 혼자 있을 때 화분에 꽃씨를

심어주자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화분에서 싹이 올라 나왔다.


이 새싹과 자기는 운명처럼

만날 거였다는 듯한.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표정을 얼굴에 가득 담고.


자기가 사랑의 말을 해줘서

그리고 포기하지 않아서

씨앗이 결국 자라서 싹이 되었다는 둘째.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행복한 표정을

쓰윽 지어주었다.


와이프와 내 얼굴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우리는 일주일 전

둘째의 화분의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운명처럼, 아니면 우연처럼

우리에게 찾아온 둘째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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