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속성 2탄

돈의 속성 2탄몰라도 괜찮아, 그냥 해

by vitaesperanza

1탄 읽고 와주면 감사


이어서 해보는 내 평범한 이야기는 나의 갑작스러운 홍콩 한달살기를 다뤄.


퇴사하기 전에 정말 많은 영상을 찾아봤는데, 공통되게 이렇게 조언을 해주더라고.

"퇴사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찾아보고, 계획과 준비가 된 상태로 이직 후 퇴사를 해라."


좀 더 넓은 시장에서 나의 설득력과 말하기 기술을 사용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좀 더 자세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 바로 다가오는 5월이 계획했던 다른 월세방으로 이사가는 날이었어. 그냥 계획대로 이사를 하고, 회사생활을 이어가면서 고민을 좀 더 지속할까. 내가 좀 더 생각을 하면 나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더 넓은 세상? 그게 대체 뭐지? 아무것도 모를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있는 환경을 과감하게 바꿔보자.


그렇게 나는 계약금 몇백만원을 잃고, 역삼 집에서 짐을 모두 뺀 후, 인천 본가로 돌아가 몇일 뒤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


(돈의 속성 다섯번째)

"돈은 사람을 바꿔"



왜 홍콩을 선택했냐면, 언니가 홍콩에서 살고 있었어.

언니는 정말 고맙게도 친구들을 소개해주겠다며 본인 집으로 와서 살라고 했지. 정말 큰 감동이었어.

나는 파워J인데,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내 몸 하나와, 위에 티셔츠 3벌, 바지 1개, 그리고 신용카드만 들고 공항으로 향해.

네시간 정도 비행을 하고 홍콩의 "웨스턴 마켓"이라는 곳에 도착해. 처음 가보는 나라였는데, 밀집해있는 건물들 사이로 많은 인파들이 촘촘하게 걸어다녔고, 차선과 트램길이 뒤엉켜 길들은 복잡한 내 머릿속 같았어.


택시가 모두 빨간색이었는데, 마치 꿈을 꾸고있는 것처럼, 영화 한 편으로 내가 빨려들어간 느낌이었어. 허름해 보이는 높은 거주지들 사이로 모던식의 고층 금융 건물들이 보였고, 유리벽에 반사된 노을빛은 한층 더 도시에 몽상적인 분위기를 더해줬지.







지나가는 카페와 식당들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다른 인종만큼이나 식당과 카페는 종류도 정말 천차만별이었고, 내 귀에 들려오는 언어 수는 정말 많았어.


처음 도착한 몇일은 약간 낯을 가리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 언니는 평일 매일 출근하는 덕분에 나는 혼자 아무 계획없이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 뭐를 보러 가야되지?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야하지. 계획 없이는 집 밖을 벗어나기가 너무 두려웠던거야. 길에서 언어가 모두 다 통하고, 영어로 간판과 지하철역이 설명되어있는데도 계획이 없다는 생각이 공포스러웠어.


그래서 매일 아침 카페에 가 그 날 할 일을 계획했지. 원래는 홍콩에서의 당일 여행계획을 짜기 위해 하루 시작을 카페에서 한거였는데, 자꾸 내 미래 계획과 직업들을 알아보면서 몇 시간이 지나가더라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새로운 세상에 방출하고 풀어주기 위한게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내 버릇을 고치기가 쉽지 않았어.

홍콩 전통카페 사진1.jpg Halfway Coffee
홍콩 카페 사진들.jpg Other Cafes

두 번째 내가 고치기 힘들어했던 버릇은 난 사실 엄청난 짠순이야. 그 동안 돈을 벌고 쓸 시간이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돈을 최대한 저축하고 싶었었거든. 그래서 물가가 비싼 홍콩에서 하루에 얼마를 쓰는지 점검하고 기록을 안하기가 힘들더라고. 홍콩의 이색적인 거리 풍경과 음식들과 문화들에 하루 하루 깊게 젖어들어갔지만, 자꾸 국민은행 앱에 들어가 얼마를 썼는지 계산하게 되고 지나가는 시간들을 뜻깊게 보낸건지 계산하게 되더라고.



그래도 내가 홍콩에 온 목적을 다시 되새기며 거의 집착에 가깝듯이 "난 경험해야돼"라고 주문을 외우며 거리를 내다니기 시작했지.

이렇게 트램도 열심히 타고, 습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트램을 타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돌아도 가보고.

다리도 건너보고, 바다에 비친 햇빛도 보고, 물에 떠다니는 해파리 수도 세어보고.


심심하면 배를 타고 섬을 건너가보기도 하고. 운 좋게 해지는 시간이 딱 걸려, 해지는 영상도 얻어걸리고.


바람불면 허물어질거 같이 보였던 건물들을 이제는 아름답다고 쳐다보면서, 내 자신이 "규칙적인 생활, 광적인 매일의 운동, 그리고 성공을 위한 완벽함"에서 조금은 해방되는 듯한 신기한 느낌이 들었어.



(돈의 속성 여섯번째)

"돈 버는데 이유가 필요해?"

홍콩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사는 세상 이야기도 들으면서 등산도 했지.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어. 그들 중 일부는 직업을 그저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했고, 자신들의 삶을 최대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 나에겐 좀 충격적인 마인드셋이었는데. 웃긴건 그들에게도 내 이야기가 충격이었다는거야. 그들은 나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안 쉬면서 열심히 일해? 일을 하는 목적이 너는 뭐야? 행복하기 위해 삶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 역시 그들에게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지, "일이 아닌 다른 것에서 자아실현을 어떻게 해? 내 가치를 증명하고 내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더 신선했어. "왜 자아실현을 해야하는거야? 나는 진지함이 싫어. 매일 웃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적당히 벌며 살고 싶어."

한국에서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 중 "적당히 벌고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어. 나를 포함한 주변인들은 모두 "많이 벌고 크게 성공"하고 싶어했거든. 그래서 그 친구들과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구나라고 결론을 내릴 참에 마지막 펀치가 들어왔어. "돈을 그렇게 많이 벌면 뭘 하고 싶어?"

나는 속으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싶었어. 내가 경험하면서 알게 된 돈의 속성이란, 내가 돈을 벌고 저축을 하면, 그것이 나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들을 기반으로 판가름났거든. 그래서 돈을 많이 벌다보면 그 가치를 깨닫게 되고 좋은 일을 하게 될거라고 생각했어.


사실 이 대화에서 옳고 그름이나 정답은 언제나처럼 없어. 내가 경험을 통해 돈의 역할을 배워온 방식이나, 그들이 돈의 쓰임을 미리 결정하고 적당히 벌며 인생을 즐기는 방식이나, 각자의 성향과 욕구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 문제라고 봤거든.

좋았던 점은 이런 다양한 시각들을 접하고 나니, 아이러니하게 위로와 여유가 생겼던 거 같애. 나는 내가 정한 궤도에서 벗어나면 정말 큰일이 날것만 같은 불안함 속에 있었는데, 그들을 보니 조금은 덜 불안해하도 되지 않을까라는 안심이 생겼달까...

그래서 서로를 평가하고 결론내리기보다 다른 시각들과 이야기들을 공유하면서 내 사고가 확장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사람은 생각처럼 쉽게 변하지 않아. 나는 무계획으로 열심히 돌아니던 중 홍콩에서 한 달 살겠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3주가 되던 때에 불안에 못 이겨,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을 끊어. 이렇게 이야기하면 욕을 먹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노는게 너무 불안했어. 3주가 지나고 보니까 계속 여행하고 놀아야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어. 내가 외국에 와서 "더 넓은 세상"을 찾았는지, 그게 나랑 맞는지하는 혼란이 들더라고. 한국으로 돌아가 내가 원하는 "더 넓은 세상"이 뭔지 고민해보기로 했지.


keyword
이전 01화돈의 속성 1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