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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발효로 처진 반죽처럼

제과제빵사의 사회생활 이야기

by 이예린

일을 한다는 건 쳇바퀴 위에서 뛰는 것과 같다.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단단한 근육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속도가 미세할 뿐.


누군가는 매일같이 뛰며

'내일은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남들보다 앞서가는 반면,

누군가는 '오늘 하루는 쉬어가자'라며

여유 있게 이뤄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루시는 그중에 더 빠르게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남들보다 더 많은 빵을 만져보고 싶고

남들보다 더 빨리 적응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완벽했음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본인을 채찍질한 결과

루시는 번아웃이 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터지는 사건사고와

그에 응하는 수습은 매번 우울하고 힘들었으며,

한 파트에서 일을 하니

만드는 빵의 종류도 더 이상 다양하지 않고

매일 같은 빵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


제과제빵은 날씨와 그날의 작업자의 컨디션 등

매번 다른 상태의 반죽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항상 완성품이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경력자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본인 머릿속에 두고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직 일한 지 얼마 안 된 루시는

왜 이렇게 나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머릿속이 하얘지곤 했다.


그렇게 루시는 과발효에 푹 처진 반죽처럼

아무런 의욕 없이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번아웃이 한 번도 안 오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오겠지만

당시의 루시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빵을 만드는 방법'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여 각색한 글이기에 실존 인물과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공지드립니다 <3


이 브런치북은 앞서 연재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굽습니다'의 글을 읽고 보시면 더욱 생생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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