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두둥.
그렇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중학생들의 승부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밤마다 잡생각이 많아졌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결국 당근마켓에 ‘같이 공부할 사람’을 찾는 글까지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나한테만) 말도 없이 정년퇴직을 한 아빠와 원래부터 전업주부였던 엄마를 무척 사랑하지만, 서른한 살 백수 딸로서 눈치가 안 보일 수는 없다. (물론 두 분 정말 사랑합니다. 네? 사랑해요?)
꼬질한 머리를 하고 모르는 사람과 마주 보면서 채용사이트를 들어가자 처음 보는 회사 이름들이 쏟아졌다.
경력 5년 이상, 연봉 3천.
연봉 2,750만 원.
대체 연봉 2,750만 원짜리 공고는 왜 올리는 걸까. 공고는 올려놓고 이력서는 열어보지도 않는 블랙기업들 덕분에, 이제는 허탈감마저 사라졌다. 공기업은 계약직이 판을 쳤고 경영관리는 티오가 아예 없기도 했다. 점점 이력서를 내는 시간이 짧아지고 기대도 사라졌다. 이제는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오라 하면, 오히려 내가 “왜요?”라고 되묻고 싶은 지경이 됐다. 불행과 절망에 익숙해지니 내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시간은 가는데 나는 쓸데없는 텍스트만 배설하고 있을 뿐이다. 아, 우울하다.
똑똑.
맞은편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언니가 벽을 두드렸다.
잠깐 쉬자며 둘이 커피를 들고 쉼터로 갔다. 언니는 나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결혼 5년 차였다. 원래는 기술직 공무원이었고, 지금은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회사를 너무 많이 옮겨 다녀서 이제는 정착하고 싶고, 출산을 해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했다.
사실 난 공무원이 싫다. 옛날의 나에게는 공무원이 멋져 보였다. 행정학과이기도 했고 주변에 공무원이 종종 있었는데 친구들의 마인드가 웅 나 공무원. 최고지?.뀨. 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공주님처럼 나, 20대 공무원, 프리미엄 스티커를 붙이고 사는 공주님들 같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그녀들과 반대의 삶을 살고 싶었다. “육아휴직 말고는 장점 없는 공무원 말고, 나는 멋지게 돈 벌며 살 거야!” 라는 추악한 마음으로. 그렇게 사기업 뽕에 차오를 때, 회사를 나가면 내 존재가 먼지만도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라는 이름으로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사라지고 명함이 쓰레기보다 못해지는 순간에야 왜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최고로 치는지 알게 됐다. 내가 죽어도 싫어하는 직업과 다시 마주하게 됐다. 겉에 있는 포장지를 다 벗기고 나니 능력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나에게 공무원은 지금, 기회이자 넘어야 할 고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 만난 언니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여성인력센터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해줬다. 미화원, 요양보호사, 보험판매사 같은 일자리들을 알선받으며 현실을 느꼈다고 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출산 후, 이제야 사회활동을 해보려 나온 사람들이었다고.
‘취업시장이 얼어붙어서’
‘내 이력서를 열람해주지 않아서’ 같은 말들이 사치라는 걸 깨달아버렸다.
한 발자국만 뒤로 가면 벼랑 끝이라는 걸, 부모님도 친구들도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정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