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괜찮지않은사람

요즘 따라 ‘열심히’라는 말이 버겁게 느껴진다. 누구는 그 말이 삶의 동력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을 들을수록 내 존재가 무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본 적도, 끝까지 밀어붙인 기억도 딱히 없었던 것 같고, 설령 그렇게 한 적이 있어도 대단한 결과가 따라온 적은 없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애써 노력해봤자 다 부질없다고 여겼다. 괜히 힘만 빼고, 남들 따라가는 흉내만 내다 끝내는 거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에는 언제나 전제가 생략되어 있다. 기회가 공평할 때, 시작선이 같을 때, 애초에 출발선이라도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한테나 유효한 말이라는 걸. 그 전제를 감춘 채 무조건적인 ‘열심’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나는 늘 스스로를 탓했다. 열심히 안 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보잘것없는 거라고.

하지만 정말 그게 다였을까? 열심히 안 살아서 실패한 걸까? 아니면 애초에 나한테 주어진 판 자체가 달랐던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억울하다고 말하면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는 게 더 서럽다. 그래서 나는 그냥 웃는다. 괜찮은 척하고, 안 힘든 척하고, 지금 이 삶이 내 선택이었다는 듯이.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단 한 번도 나 스스로에게 ‘괜찮아, 너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준 적이 없다는 걸. 누가 인정해주길 바라고, 누가 나 대신 말해주길 기다리느라, 정작 나 자신한테는 너무 인색했다. 나는 나를 계속 몰아붙였다. 조금만 더 해야지, 이 정도로는 안 돼, 모두가 다 이만큼은 하잖아. 그렇게 자기 자신을 점점 미워하게 됐다.

살면서 어느 지점에 이르면 사람은 자신에게 묻게 된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이었을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아니면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그냥 떠밀려온 걸까. 매일이 그 질문의 반복이다. 때론 너무 피곤하고, 때론 도망치고 싶고, 때론 그냥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야 하니까, 숨이라도 쉬고 있어야 하니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또 하루를 통과한다.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한 기록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버티는 당신, 하지만 열심히 살기에는 너무 지쳐버린 당신, 그냥 오늘 하루만큼은 ‘열심히 안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은 당신에게 더, 더, 더를 요구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지금 여기에 있는 당신으로도 괜찮다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면 남들한테 뒤처진다고, 결국 실패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할 거다. 내 인생인데, 왜 자꾸 남의 속도로 살아야 하냐고. 하루하루 나답게, 숨 쉴 수 있는 만큼만 살아도 괜찮지 않냐고. 아무도 그걸 대신 살아주지 않을 거잖아.

그러니까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열심히 안 살면 어때.”
그 말 한마디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거면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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