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동네 골목을 걸었다.
익숙한 풍경이 발걸음마다 얇게 달라붙었다.
가방은 부풀었지만
담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다.
엄마의 숨길 듯한 눈물,
친구의 능청스러운 농담,
그리고 내 주머니 속, 접힌 겁.
떠나는 일이 두렵지 않은 척,
온몸에 단단함을 걸쳤지만
사실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내일이면 모든 게 새로워질 걸 알면서도,
나는 떠나야만 했다.
낯설어도 살 수 있었지만,
익숙한 곳에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