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nferrada에서 Villafranca까지
그 유명한, 아니 우리나라에서 매우 유명한 ‘너’PD도 아닌 ‘나’PD의 ‘스페인 하숙’에 나왔던 장소인 알베르게, 알베르게 산 니콜라스 엘 레알(Albergue San Nicolas El Real)로 왔다.
원래는 딱히 이곳에 오려는 계획은 없었다. 그저 가격 저렴하고 평 좋은 알베르게를 찾으려고 까미노앱을 검색하는데, 갑자기 내 폰의 GPS는 이상하게 작동을 하지 않고, 마침 옆을 지나는 스페인 순례자가 뜬금없이 그곳이 너무 멋있다고 우리에게 추천을 하니 얼떨결에 우리도 그 유명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뭔가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하고 있다는 전혀 근거 없는 신비한 머시기를 따라갔지만 결과는 역시 근거 없는 머시기는 믿으면 안된다. 그 알베르게는 부엌도 다이닝룸도 호스피탈레로의 친절도 순례자에 대한 배려도 없는 비추 알베르게였다. 비추추추!!! 에이? 나와버렸다.
발목이 다시 아파온 덕분에 침대에서 한동안 쉬고 나서야 알베르게를 나와 ‘스페인 하숙’에서 유 모 연예인과 차 모 연예인이 돌아다녔던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섰다. 오래되어 보이는 돌바닥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걸어 다녔다. 골목길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예쁜 포토스팟이겠지만 발목이 아픈 나에게는 마치 지압 자갈길 같았다. 더구나 비까지 조금씩 내리고 돌표면도 미끄러워서 신촌 블루스의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내 머리는 ‘왕짜증’이 나고 있었고 내 발목은 ‘욱씬욱씬’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테오가 강추한 이곳 비에르조(Bierzo)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화이트 와인(Vino Blanco)을 맛보기 위해서 광장 한쪽의 카페에 찾는다. 와인과 함께 스페인 감자칩 파타타스 프리타스(Patatas fritas [1])를 먹으면서 광합성을…. 이 감자칩은 며칠째 계속 ‘1일 1 봉지’ 중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것을 넘어서 가게 안에 들어서면 마음의 안정감까지 느끼게 되는 스페인의 가장 큰 슈퍼체인인 ‘디아(Dia)’에서 산 감자칩은 나에게 있어서 스페인에 오면 정말 꼭 먹어야 하는 must-eat아이템이다. 그리고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시작하는 오늘의 메뉴(Menu del dia, 슈퍼 ‘Dia’ 와는 다르다)를 먹으러 이 동네의 거의 유일한 레스토랑인 ‘카지노’(물론 도박하는 카지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에 간다. 전채요리(Primero [2])로 소시지, 하몽 등등 세트와 본식(Segundo)으로 돼지고기를 주문하니 레드 와인을 병 째로 가져다준다.
I love Spain!!! Me amo Espana!!!
카페에서 와인을 마실 때에는 캐나다에서 온 미셸과 클라라를, 카지노에서 저녁을 먹을 때에는 어제 비바람 맞으며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브라질의 우고를 다시 만난다. 우고는 우리 같은 부모야말로 진정한 최고의 부모라며, 우리도 이미 예전부터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던 사실을 재차 확인해 준다.ㅎ 그리고 어젯밤의 룸메이트였던 코스타리카의 안드레스와도 인사를 한다. 이렇게 까미노길에서는 헤어졌다가 뜬금없이 다시 만났다를 쉴 새 없이 반복한다. 그런데 이것이 은근히 재미있다. 중독성도 있는 것 같다. 도파민이 팍팍 분비되는 것 같다. 어디에서 보니 도파민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있을 때 더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ㅎㅎ
메뉴
그동안 바나 식당에서 먹었던 스낵들과 알베르게에서 현지스럽게 요리해 먹은 메뉴들이다.
Tortilla patata / 토티야 파타타
삶은 감자를 넣은 오믈렛, 까미노길에서 제일 많이 만나는 음식이다. 보통 바에서는 기성제품을 받아서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서 바게트 한두 조각과 같이 주는데, 혹시 식당에서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곳이라면 매우 맛있을 확률이 높은 음식이다.
Bocadillo / 보카디요
바게트를 굽고 그 사이에 치즈, 하몽, 베이컨을 선택해서 넣어 한 번 더 굽는 샌드위치이다.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하면 첫 번째나 두 번째 마을에서 카페 콘 레체 한 잔과 토티야 파타타 또는 보카디요를 브런치로 먹곤 한다.
Empanada / 엠파나다
스페인권에서 먹는 일종의 만두요리, 치즈나 고기 그리고 감자가 안에 들어있다. 남미는 우리 만두크기로 만들던데, 여기는 작은 피자 크기로 크게 만든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을 수도 있다. 알베르게에 주방이 없으면 마트 Dia에서 엠파나다 한 판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2분 돌린 후 옆사람과 나눠 먹으면 딱 좋을 듯.
Tortilla chorizo / 토티야 초리조
오믈렛에 초리조 소시지를 썰어서 넣은 오믈렛이다. 초리조 소시지가 약간 매콤한 맛이 있어서 우리 입맛에는 더 맞는 듯하다. 서울 광장시장의 거리 한가운데에서 파는 빈대떡 느낌이 조금 난다. 추천!
Patatas bravas / 파타타 브라바스
떡볶이 같은 거라고 현지인이 추천해 주었는데 별로이다. 감자를 떡국 떡 크기로 썰어 익힌 후에 약간 매운 케첩 소스랑. 우리 기준으로 맵기는커녕 밍밍 수준이다. 혹시 누가 추천해 주면 감사하다고 하고 그냥 패스하시기를.
Paella / 파에야
파에야를 만들어 먹는 제일 쉬운 방법은 마트에 가면 파는 ‘파에야 Ready to Cook세트’. 냄비에 붓고 끓이면 된다.
응용편 1. 토마토 페이스트 + 스페인 햇반 + 해물 아무거나.
마트에 가면 1유로도 안 되는 토마토 페이스트캔에, 스페인 햇반을 넣고, 먹고 싶은 냉동해물을 넣고 끓이면 된다.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
응용편 2. 역시 스페인햇반과 토마토페이스트 그리고 ‘꽁치통조림’
스페인 꽁치 통조림은 꽁치가 토마토 페이스트나 올리브유에 들어있으니, 그냥 같이 넣고 끓이면 대충 꽁치 파에야가 된다.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 물론 토마토 페이스트롤 선택하면 노란색이 아니라 빨간색이 된다.
Chicken stew con 라면스프, 일명 닭볶음탕
감자/양파/당근/닭고기를 대충 썰어서 넣고 끓여서 익힌 후에 라면스프와 고춧가루 추가
콩나물국 con 고춧가루/수프
마트에 가면 올리브 피클을 비롯해서 다양한 종류의 피클이 유리병에 들어있다. 그중 콩나물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고른다. 그리고 그 안의 새콤한 물은 버리고 남은 콩나물과 적절한 양의 고춧가루/라면스프를 넣는다. 감기 걸릴 때 먹으면 딱 좋을 새콤매콤한 콩나물 국이 된다. 새콤매콤 콩나물 무침도 가능.
Pasta / 파스타
알리오올리오: 면 삶고, 마늘/양파/채소/소시지에 소금/후추 약간
토마토파스타: 알리오올리오에 토마토 페이스트 한 캔을 넣고 끓이면 끝.
꽁치토마토 파스타: 토마토파스타에 꽁치 통조림 넣으면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파는 꽁치 파스타!
삼겹살 또는 목살 구이
마트에 미리 포장해 놓은 삼겹살이나 목살은 조금 얇게 썰어져 있으니, 용기를 내어 정육점 쇼케이스 앞에 가서 손가락으로 이~~만큼 두껍게 썰어 달라고 하면 바로 먹음직스럽게 두껍게 썰어 준다. 그리고 소금, 후추 끝.
이 외에 우리는 1일 1 올리브, 1일 1 와인 또는 비어를 즐겼다. 비교적 음식은 그곳에 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한식을 먹고 스페인에 있으면 스페인식을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려고 한다.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스페인에 와서 와인/올리브/하몽을 먹지 않고 간다면, 우리나라 와서 소주, 김치, 불고기 또는 삼겹살은 빼고 한국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1] 스페인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먹을 것으로 와인, 하몽, 올리브, 토티야 파타타 등이 있지만, 파타타스 프리타스(Patatas Fritas)도 빼놓을 수 없다. 마트에 가면 종이 봉지에 들어있는 감자칩으로 ’짭짤 바삭’한 맛은 맥주는 물론 고혈압까지 부르지만 거부를 거부한다. 왼손이 오른손을 잡지 않으면 멈출 수 없는 대표 간식거리다.
[2] 메뉴델 디아를 주문하면 전식(Primero), 본 요리(Segundo) 그리고 후식(Postre)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