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5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아침의 공기는 아직 차갑지만,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 한 마리의 노랫소리에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떨어져 있던 마음들이
서로에게 미소를 건네는 순간,
작은 가능성 하나가 다시 움트기 시작합니다.
오늘,
희망이 먼 길을 걸어 왔다면
우리는 그 길 끝에서 담담히 숨을 고르고
한 걸음 내딛을 준비를 합니다.
1988년 11월 15일,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알제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오랫동안 짓눌려 왔던 목소리들이
마침내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된 그 날,
그리고 ‘나도 여기 있다’고
어둠에 맞서 외친 날이었습니다.
비록 모든 문이 열린 건 아니었지만
한 민족이 자신의 존재를 선언한 그 짧은 순간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퇴근 무렵,
지하철역 플랫폼은 잔잔한 파동으로 가득했습니다.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왔고,
그 옆으로 젊은 직장인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가 잠시… 도와드릴까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은 나란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분주히 흘러가는 그 틈에서
단 한 걸음이
노인의 손과 젊은이의 손을 잇고,
함께 올라가는 계단이
어떤 두려움을 넘어서는 다리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내려올 때 노인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고맙네, 젊은이.”
그 한마디 속엔
감사와 함께
‘내가 여기 있다’는 고요한 선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조용한 아침에 기도드립니다.
떨어져 있던 조각들이
오늘은 서로를 알아보게 하소서.
흐릿하게 기억되던 약속들이
한 줄기 빛으로 내려오듯,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깊은 울림으로 자리 잡게 하소서.
긴 길을 걸어온 이들의 발걸음처럼
우리는 때로 멈췄고, 때로 뒤를 돌아보았으며,
그럼에도 오늘 이 순간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스스로 비축해 두었음을 고백합니다.
누군가의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게 하시며,
또 누군가의 이야기 앞에서
내가 단지 관찰자가 아닌
동행자가 되게 하소서.
노인의 지팡이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를 지탱하고,
젊은이의 손길처럼 우리는
미지의 가능성을 다시 깨어나게 하게 하소서.
희망은 아주 작게 시작됩니다.
조금씩 흔들리던 마음이
빌딩 숲 사이에서
한 줄의 햇살을 발견하듯이.
그 햇살이
당신이 마련해 주신 초대장이라면,
우리는 부끄러움 없이 손을 들고
응답하게 하소서.
그리고 오늘의 저녁이 올 때쯤,
하루가 흘러간 자리 위에
남겨진 잔잔한 흔적들을 바라보며
작은 숨을 내쉬게 하소서.
“나는 오늘,
먼 길 위에 서 있었고,
그 길이 나를 지나왔음을 느꼈으며,
그럼에도 나는 다시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