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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1월 17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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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7일 — 작은 목소리가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여린 안갯속을 걷는 듯한 마음으로,
흐릿하기만 했던 가능성이
오늘의 공기 속에서
조그맣게 흔들립니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멈춰 있던 숨이
조용히 다시 깨어나고,
놓아버렸던 꿈이
어제보다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루를 열어갑니다.


오늘의 역사

오늘은 국제 학생의 날(International Students’ Day)로 기념됩니다.
이날은 단순히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기리는 날이 아니라,
침묵 속에 ‘여기 내가 있다’라고 외쳤던
젊은 이들의 용기와,
그 용기가 세상의 문을 열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보이지 않던 공간이 조금씩 열린 것처럼,
약하고 작은 존재가
변화의 길목에 서 보았던
그 한순간이 시대에게 밀알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기도

도시 골목 한 켠, 작은 카페 앞.
카운터 너머 바쁘게 움직이던 젊은 바리스타가
잠시 손을 멈추고
문득 창밖을 바라봅니다.
그 창문 너머로 한 중학생이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천천히 걸어옵니다.
바리스타는 미소 지으며
잔을 하나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힘들면 여기 잠깐 쉬었다 가도 돼요.”
소년은 고개를 내저으며
차가운 손을 문 손잡이에 얹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바리스타가
“넌 잘하고 있어.”
라고 덧붙였습니다.
소년은 눈을 마주치고,
작게 웃으며 들어왔습니다.
그 문을 지나며
소년의 어깨가
조금 더 펴진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소년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작은 증거가 되었습니다.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고요하고 깊은 아침에 기도드립니다.

우리 안에 잠자던 목소리가
오늘은 깨우침으로 일어나게 하소서.
“나는 여기 있다”는 고백이
흐릿한 메아리가 아닌
튼튼한 문을 두드리는 손짓이 되게 하시고,
그 손짓이
우리 앞을 막은 문을
서서히 열게 하소서.

사진처럼 멈춰 있던 꿈들이
오늘은 움직이기 시작하길 원합니다.
내 안의 작은 바람이
바깥의 바람과 부딪혀
새로운 숨결로 바뀌게 하시고,
그 숨결이
흩어지지 않고
내 안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게 하소서.

학생처럼 묻는 마음이
수만‑가지 질문을 품고 있더라도,
그 질문이 무거운 짐이 되지 않게 하시며,
오히려 그 질문 위에서
내가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소서.
그리고 그 한 걸음이
누군가의 격려가 되어 돌아오게 하소서.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건네는 말이
누군가의 귀에 닿아
“넌 잘하고 있어”라는
부드러운 격려의 메아리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그 메아리가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게 하소서.

오늘 하루,
나는 작은 목소리를 놓지 않고
그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문을 향해
걸어가겠습니다.
내가 내는 걸음이
누군가가 내는 걸음이 되기를,
그리고 누군가의 걸음이
내 발걸음에 닿기를 기도합니다.

이 하루가 지나간 뒤
내 안에 남을 흔적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나는 여기에 있었다”라고 말하게 하소서.
그리고 내일의 문이 열린다면,
내가 그 문 앞에서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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