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숙은 늘 유쾌했다. ‘더 슬로우’ 커피숍에 들어서기만 하면 공간의 온도가 달라졌다. 하이톤의 웃음, 과장된 제스처,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좋아했고, 어떤 사람들을 그녀의 그런 행동을 뒤에서 욕했다. 그래도, 가끔 시끄럽다고 느낄지언정, 정겹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커피숍에 들어오기 직전, 골목에서 몇 번을 숨을 고르고 들어왔는지를.
요즘 들어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밤이면 자다가 벌떡 일어날 만큼 식은땀에 옷이 젖었고, 아침이면 아무 이유 없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달력에 적힌 생리 주기는 의미가 없어졌고, 갑자기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은 도무지 감당이 안 됐다.
“갱년기인가 봐요.”
그녀는 가볍게 말했지만, 그 말속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함이 얽혀 있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보니, 사춘기를 통과 중인 작은 딸과는 특히 자주 싸웠다. 딸은 점점 말이 없어졌고, 오현숙은 딸의 침묵이 자신 때문인지, 사춘기 때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남편에게 무심하다는 말을 하면, 그는 늘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요즘 너무 예민하잖아.”
그 말은 폭력에 가까웠다. 그녀는 예민해지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그저, 누구라도 자신이 힘들다는 걸 알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말 한마디로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웃었다. 더 크게, 더 자주. 남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도록.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커피숍에서 웃었다.
유쾌한 농담을 던지고, 지나가는 젊은 손님에게 말 한마디 얹고, 도윤에게 “사장님, 오늘따라 얼굴 좋아 보여요?” 하고 장난을 건넸다.
하지만 커피숍을 나서 돌아가는 골목 어귀에서, 혼자 가슴을 움켜쥔 채 몇 초를 멈춰 선 그녀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