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평범에의 강요

보통이라는 이름의 폭력

by Ubermensch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 나에게 꿈이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나는 항상 평범하게 사는 거요. 하고 대답했다. 직업적 꿈이 아니라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요,라는 의미가 질문의 진짜 의도인 경우에 그렇게 대답했다.


이런 대답을 한 이유는 내가 사회 보편적 관점에서 평범하게 살지 못했고, 평범한 사람도 못 되었기 때문이다.


비범(非凡)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어떤 면에서는 남보다 뛰어난 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상위 몇 프로에 속하는 높은 지능, 흰 피부에 가느다란 골격, 폭음이나 폭식 등 아무리 자해적 생활 습관을 수십 년 이어가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건강한 체질, 그럭저럭 잘 먹혀온 미모 등을 꼽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당연하게 가져서 그게 당연한 것인지 인식하지조차 못한 것들을 가지지 못했다. 안정된 가정, 그 안에 버팀목으로 존재해 주는 무조건적인 내 편, 성장 환경에서의 보살핌과 안정, 재능을 발현할 만한 토대, 무리에 녹아드는 능력, 기댈 수 있는 어깨, 시시콜콜하고 일상적인 소통법, 과도한 분석을 거치지 않는 유연한 사고 과정 같은 것이 나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평범하게 살 수가 없었다.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해. 사회성을 좀 키워보는 게 어떨까요.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좀 편하게 웃어봐. 같이 좀 가자. 왜 그렇게 고립되려고 해. 라는 식의 나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쏟아지는 조언들에서 나는 약간의 폭력성을 느끼곤 한다. 나라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데.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세로토닌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고, 여러 상황과 사람에 불편함을 잘 느끼고, 살아온 환경이 방어성을 키워서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 아무리 애써도 기질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적인 평범의 틀에 맞추고자 하는 꿈을 어느 정도 포기했다. 그래서 조금은 쓸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 규격화되지 못한 존재만의 가치도 분명 있지 않을까.

keyword
Ubermensch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154
이전 05화취미 발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