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내 다리를 베개 삼아 누우시고,
흰머리 1개 뽑는데 100원을 주시던 아버지.
처음 시작했을 때는 1000원도 벌기 힘들었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1000원이 금방 넘어가네.
그때는 그냥 돈이 좋아서
아버지의 흰머리를 보면 왠지 행복했다.
100원이 1000원이 되고,
1000원이 5000원이 되고...
아버지의 머리는 어느덧 검은 머리 보다
흰머리가 더 많이 보이는 걸 느끼면서
돈보다 흰머리가 너무 싫게 느껴졌다.
아버지의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젊었던 아버지는 할아버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머리에 눈이 쌓인 것처럼 흰머리를 바라보며
우리 아빠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느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거울로 내 모습을 바라본다.
아버지의 흰머리를 뽑던 아버지의 머리가
지금의 내 머리랑 같아 보인다.
부분 부분 보이는 흰머리...
처음에는 혼자 핀셋으로 뽑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곳만 뽑게 되어
이제는 뽑지 않고 그냥 두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아버지처럼 검은 머리 보다
흰머리가 많아지는 날이 오겠지만
아이들에게 나의 흰머리를 뽑으며
용돈을 주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어릴 적 아버지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뽑은 흰머리 때문에
아버지께서 할아버지가 되셨다는
아쉬움이 들었고 그 이후 후회했기 때문이다.
돈보다는 아버지와 함께 마주 앉아
서로 담소를 나누던 그때로 돌아가
아버지의 흰머리를 염색해 드리고 싶다.
이제는 하늘에서 늘 아들을 응원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립고,
지금의 나보다
내 나이의 아버지가 더 멋졌던 걸로 기억한다.
나의 멋진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저를 지켜주시는 큰 나무이고,
덕분에 저는 아름다운 열매를 지킬 수 있는
든든한 나뭇가지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키워주신 것처럼
저 또한 제 자녀를 누구나 탐할 수 있는
누구보다 멋진 열매로 키우겠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