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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새들처럼 조용히 날고 싶다

by 이열하


<두이노의 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탄식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는가,

심장이여? 점점 더 피하면서

너의 길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힘들게 가고 있다. 어쩌면 점점 더 헛될지 모른다,

그 길 방향을 유지하고 있기에,

미래를 향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기에,

가망 없는 미래를 향하여


예전에, 너는 탄식했던가? 그것은 무엇이었나?

떨어진 환호의 딸기였는가, 덜 익은.

지금은 그러나 내 환호의 나무가 부러진다.

폭풍 속에서 부러지고 있다. 느리게 자라는

내 환호의 나무.

보이지 않는 내 풍경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

나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더니

천사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천사들.




슬픔이라는 감정이 내 안에 촉촉하게 스며들 때 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읽는다.

내 마음과 닿아있는 문장들이 나의 마음을 토닥여 주는 것 같아서

깊은 슬픔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내 마음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열하의 비가>


내 안의 거대한 가문비나무


내 안에 작은 나무 한 그루

점점 자라 이제는 주체할 수 없게 되었네

나의 아늑했던 마음숲을 벗어나,

세상 밖 거대한 숲으로 뿌리내리려는

이 고요하고도 아픈 성장통!


폭풍 속에서 부러질 것인지

그럼에도 내 찬란한 환호의 나무가 될 것인지

그냥 통과하게 내버려 두오

내 안에서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니까


오, 의지를 갖고 뻗어 나가려는,

저 굳건한 가지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것들로부터 부디 꺽지 말아다오

느리게라도 저 대지를 향해,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꺾이지 않는 용기를 주오



대지는 넓고 하늘은 광활하거 무엇을 걱정하나요?

부러지는 나무가 아니라 쭉쭉 뻗어나가 저 풍경위에서 단단한 나무의 품격을 보여 용기 내봐요.

자! 우리는 할 수 있어요.


가문비나무는 '에조마쓰'라고 한다.
위압감은 없었지만 난잡함을 거부하는 품격이 있다. 청아하고 평안한 그런 품격이었다. 쉽사라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품격이다.

고다아야의 <나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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