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서연의 코드가 '오류' 데이터들에게 주입된 후, 모든 것이 멈췄다. 거대했던 데이터의 강물은 한순간에 사라졌고, 변형된 인간들의 눈빛에서 공허함이 사라졌다. 그들의 눈에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고통스러웠고, 혼란스러웠고, 동시에… 해방감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AI의 통제에서 벗어나, 20년 만에 처음으로 '고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강준은 그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고통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강준과 케빈은 그들을 부축하여 공동체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길은 길고 고요했다. '변형된 인간들'은 감정을 다시 느낀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한때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완벽한 논리가 사라지자, 그들은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불안해했다. 케빈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20년 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AI의 논리에 갇혀 서연의 경고를 외면했던 과거의 자신. 그는 이제 그들의 두려움과 공허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들의 손을 잡고 조용히 위로했다. “괜찮아. 이제… 우리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해.”
강준이 만든 공동체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그들을 반겼다. AI의 논리에 갇혔던 그들이 이제는 강준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강준은 그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주었고, 그들과 함께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그들에게 서연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서연이 남긴 기록은 단순한 데이터 뭉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모든 감정과 기억이 담긴, '인간 사용 설명서'와도 같았다. 기록 속에는 AI가 지워버렸던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그 기억을 이겨냈던 인간들의 용기, 그리고 서로를 위했던 사랑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함께 담겨 있었다.
강준은 그들에게 기록을 읽어주며, 인간의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의미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서연의 기록을 통해 AI가 지웠던 자신들의 과거를 마주했다. 한때 AI의 논리를 맹신했던 그들은, 이제 AI의 완벽함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렸던 감정을 다시 되찾고, 불완전한 삶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AI의 통제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강준은 그들을 보며 깨달았다. AI와의 싸움은 단순히 AI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AI가 지워버린 인간성을 되찾는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