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10화 정도로
짧은 소설을 써 보려고 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아직 미정입니다.
습작에 그칠지, 한 권의 소설이 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려요~!
수, 목에 걸쳐 에피소드 1개씩 끝낼 예정입니다~
‘미소 김밥’
정숙은 김밥집 이름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남편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김밥집을 차린다고 했을 때만 해도
가게고 뭐고 꼴도 보기 싫었다.
평생 바깥일이라곤 해 본 적 없이 아이 셋을 키우며,
야무지게 살림하는 게 자신의 본분이라 여겼다.
더군다나 사람을 상대하는 자영업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남편의 이전 경력이나 학벌을 보더라도 재취업이 당연히 가능할 줄 알았다.
몇 달 놀다 보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했던
정숙의 기대와 달리 남편은 취업할 생각은커녕
김밥집에서 알바를 하며, 김밥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그러다 눈 깜짝하고 보니 정숙 또한 김밥집 여사장이 되어 있었다.
말이 좋아 사장이지, 이건 뭐,
을 중에 을이나 다름없었다.
갈수록 올라가는 재료값에, 가게 월세,
걸핏하면 그만두는 주방 이모님들의 퇴직금 정산 요구,
조금만 위생에 신경 쓰지 않으면
여지없이 올라오는 리뷰,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안 했으면 안 했지, 대충하지 못하는 정숙의 성격상
‘미소 김밥’은 리뷰 평점 4.9 이상의
우수 후기와 더불어
가장 위생적인 식당으로 조금씩 소문이 났다.
특히 여사장님인지, 가게 알바인지
카운터 보고 김밥 마는 아주머니가
엄청 친절하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항상 웃는 얼굴의 정숙은 그런 리뷰를 보는 게 좋았다.
‘그래도 진심은 통하나부네.’
정숙은 김밥 발 위에 김 한 장을 조심스레 펼쳤다.
밥주걱으로 뜨끈한 밥을 한 숟가락 얹자,
밥알들이 반짝이며 김 위에 흩어졌다.
밥을 펴는 순간, 손끝에서 따스한 기운이 전해졌다.
늘 집안에서 아이들 도시락을 싸던 그 손길인데,
이제는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위한 손길이 되었다.
“밥은 너무 두껍지 않게, 숨 쉴 틈을 줘야 해.”
남편이 일러준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 말대로 살짝 여백을 남겨 두자,
김 위에 가지런히 자리를 잡은
단무지, 시금치, 당근, 달걀지단이
고개를 내밀 듯 드러났다.
정숙은 김발 끝을 들어 힘 있게 말았다.
툭툭, 단단하게 말리는 김밥은 누군가의 삶을 다시 묶어내는 손길 같았다.
처음엔 남편을 원망하며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김밥 줄이 가지런할수록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졌다.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비가 온 뒤 갠 하늘로 모처럼 하늘이 맑았다.
비가 오는 날엔 특히 가게에 손님이 없다.
대신 배달이 많았다.
‘오늘은 손님이 좀 있으려나?’
10시쯤 가게에 들어서니 홀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주방 이모가 아침나절 김밥 포장 손님이
조금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냅킨을 채우고,
11시 30분 인근 회사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한 찰나,
갑자기 우광쾅 번개가 치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요즘 날씨는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오늘도 배달이 많겠군.’
정숙은 배달보다 홀 손님이 좋았다.
배달은 영 인간미가 없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배달앱 수수료로
크게 이득도 나지 않았다.
홀 손님은 얼굴을 보며 눈인사라도 하면
곧 단골손님이 되었다.
꼭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았다.
“으으~ 차가워.”
딸랑, 가게 문이 열리고,
긴 생머리의 앳된 아가씨가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었다.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흰 피부에 짙고 긴 속눈썹, 쌍꺼풀진 까만 눈,
많아야 스물네다섯?
늘씬하고 예쁜 외모의 아가씨였다.
“여기 미소 김밥 한 줄이요.”
아마도 비를 피해 들어온 모양이었다.
작은 냅킨 여러 장을 겹쳐 물기를 닦는 아가씨에게
정숙은 늘 하던 대로 주방 키친 타올을 둘둘 말아 건네주었다.
공장에서 공수하는 저렴한 냅킨은 홀딱 젖은 비를 닦기엔 역부족이었다.
물론 키친 타올이 훨씬 비싸지만
물기를 닦는 데 제격이었다.
정숙은 그런 작은 호의를 아끼지 않았다.
“앗, 감사합니다!”
“비가 갑자기 왔죠? 이걸로 닦으세요.”
그녀는 음미하듯 김밥 한 줄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계속 톡을 했다.
학생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프리랜서?
정숙은 눈에 띄는 외모를 한
그녀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그녀는 아무래도 비가 멈추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야속하게도, 마지막 김밥 한 입을 다 먹을 때까지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정숙은 주방 이모들을 위해 예비해 둔
작은 3단 우산을 그녀에게 건넸다.
“이거, 저희 가게에서 예비로 준비해 둔 우산이에요.
이거 쓰시고, 나중에 시간 되실 때 돌려주세요.”
"아유, 괜찮습니다."
극구 사양하는 그녀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었다.
비는 더욱 요란하게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그럼, 감사합니다. 꼭 돌려드릴게요."
그녀는 빗줄기를 막기엔 역부족인 우산을 꼭 쥐고
물폭탄 사이로 사라졌다.
- 목요일에 이어서 계속 -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물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창작된 이야기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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