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녀. 선녀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소도둑같이 생겨가지고. 소도둑 같이 생겼다는 말은 내가 한 게 아니고 주간 기간제 윤 선생이 한 말이다.
김선녀, 무기계약직 김 선생 이름이다. 생김새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해야겠다. 왜냐하면 김 선생은 소를 도둑질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소도둑놈을 본 나는, 도둑이라고 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여자라면 꼭 김 선생같이 생겼을 것 같다. 등빨이 남자 같다. 이마에 난 상처 때문에 사연 많은 범죄자 같다. 생김새야 내가 그렇게 생기고 싶어 생긴 게 아니라지만 무엇보다 꼴 보기 싫은 건 매일 뿌루퉁채로 고개를 들지 않고 눈만 치켜떠 사람을 본다.
하도 개차반이라서 어디부터 김 선생을 얘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도서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다. 물론 도서관에 어울리는 조건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여자가 무기계약직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
김 선생을 말하기 전에 동사무소 도서관 직원들을 내부 고발 해야겠다. 여기 사무실 직원들은 남녀 성비가 안 맞게 남자들이 많다, 그것도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고인물들 말이다. 아무튼 여자 주사는 한 명이고 나머지는 다 남자다. 이것들이 하나같이 술을 즐겼다. 사무실 직원들은 돌아가며 당직자 한 명만 남고 6시 퇴근을 한다. 퇴근은 했지만, 도서관에 남아 밤마다 술을 마셔댔다.
그리고는 야간연장을 하는 사서를 한 명씩 불러 술을 마시자고 했다. 디지털 자료실 1명, 종합자료실 2명. 종합자료실에는 무기계약직 김 선생과 내가 근무 중이다. 세 명 다 여자다. 디지털 자료실 선생은 같이 근무를 안 해서 얼마큼 술을 마시는지는 몰라도 김 선생은 술을 마시러 자주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한 시간씩 자리를 비우고 나타나면 불콰해진 얼굴로 실실 쪼갠다. 웃지 않는 여자가 술을 마시면 웃상이 된다. 누굴 보고 웃는지는 모르지만.
“김 선생님? 술 마셨어요?"
“히~취해 보여요?”
술 냄새가 확 풍긴다.
“네. 술 냄새가 나네요.”
평상시에도 일을 안 하던 여자가 술도 마셨겠다 이용자를 대하면 근무 중에 술 마신 게 탄로가 날까 봐 고개를 팍 숙이고 책만 보고 있다.
관내 전화가 들어왔다. 사무실이다. 나를 불렀다. 왜 그런가 하고 2층 사무실로 올라가니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한다.
“일해야 해서 안 돼요.”
“그러지 말고 앉아서 술 한잔해”
곧 정년퇴직을 바라보는 행정담당 주사가 이미 고주망태가 돼 자꾸 앉으라고 한다.
“저…. 내려가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내려와서 일만 했다.
주사가 따라와 삿대질을 했다.
“너? 이딴 식으로 하면 무기계약직은커녕 취업도 못 해!”
햐~이래서 김 선생이 무기계약직이 되었구나. 이 지역 도서관에선 이미 소문이 나 있었다. 김 선생은 관장이랑 주사들에게 술 접대를 해서 무기계약직을 따먹었다고.
많은 고민을 했다. 술 접대를 하고 평생직업인 무기계약직을 따내느냐. 성실하게 일만 해서 기간제라도 취업이 되어 살아남느냐.
알잖는가. 남자들이랑 술만 먹는다고 될까? 성 상납은 자동으로 따라가는 게 아닐까? 많은 갈등을 했다. 술이야 몇 잔 마시는 게 뭐가 그리 어렵겠냐마는 성 상납을 할 수 있을까? 그래, 강에 배 지나간다고 표시 나지 않잖아. 난 애를 셋이나 낳은 중년이잖아. 도서관 생활 참 지저분하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이곳은 책을 보는 곳이 아니고, 아방궁 같았다. 좋게 표현하고 싶어 아방궁이지 술집이나 다름없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서 술자리도 피했고, 남자 주사들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성실하게 일만 했다. 죄송하달 게 없는데, 여기서 살아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도서관 안에서 뽀뽀해 달라는 인간도 있었다.
그중 제일 더러운 인간은 관장이었다. 대 놓고 만나자고 했다.
“네 알았습니다. 차 한잔해요. 관장니~임~헤헤”
거절할 수가 없었다. 밥은 같이 먹고 싶지 않고 차 한 잔은 용납을 할 수 있었다. 만나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일 열심히 잘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짐승이 아니고 생각하는 인간이지 않을까? 그래도 온전한 온정이 남아있지 않을까 했다.
쉬는 날 오후에 관장을 만났다. 관장은 차를 끌고 나타났다. 찻집에 가서 차를 마시며 먼저 관장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마누라랑 잠자리를 안 한다고 한다. 아니 직원이랑 차 한잔 마시는데, 이런 부부생활을 누가 알고 싶냐고. 알고 싶은 사람이 있긴 하겠다. 김선녀 같은 여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만난 게 아니잖아. 김선녀 그 소도둑 년은 들어줬겠지.
짐승하고 더 이상 대화가 안 됐다. 집에 가려고 차에 탔다. 대뜸 들어가잔다. 어딜 들어가자는 거야? 앞 차창으로 모텔이 보였다.
“어디요? 어딜 들어가요? ”
“알면서, 저기? ”
“아, 네에…. 저 지금 생리 중이라서 다음에 들어가요. ”
기간제 면접은 관장과 자료실 담당 주사가 본다. 최고의 입김은 그 도서관의 관장이다. 불공평한 입김을 틀어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는 그들이 쥐락펴락하는 나이 많은 여자일 뿐이다. 일단 이 순간만은 피해야 한다. 다음에 라고 대답하고 정조 아닌 정조를 지켰다.
그 후 계속 문자가 왔다. 그러면서 우리가 나눈 문자는 지우라고 했다. 내가 바보냐 이 증거를 지우게.
ㅡ 걱정하지 마세요. 관장님이랑 나눈 문자는 비밀이고 얼른 지울게요
ㅡ 강 선생은 내 스타일입니다. 나는 마누라랑 이혼만 안 했지 따로 방을 써요
ㅡ 네, 이해합니다.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ㅡ 강 선생 여행 가요. 어디가 좋을까요? 동해? 서해?
ㅡ ......
ㅡ 무기계약직 내가 힘써볼게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ㅡ 네~ 생각해 볼게요.
ㅡ 여행 언제가 좋을까요?
ㅡ 여행 가기 전에 일단 친해져야죠. 하하
ㅡ 오늘 밤에 만날까요?
ㅡ 아니 모레 밤에 만나요
ㅡ 준비하고 오세요
뭘 준비하라는 거야. 뻔하지 같이 자자는 거 아니야. 그럴 줄 알고 모레로 미룬 거였다.
망치를 준비했다. 준비하라니까 준비한 거다. 살인을 저지르고 싶지 않은데 일이 이렇게 된다. 나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다. 좋게 좋게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지나가고 싶었다. 망치를 준비하면서 사실 죽일 자신은 없다. 건장한 남자가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을 안다. 내가 죽든지 감옥에 가든지 할까 봐 두려움에 망치를 싸는 손이 발발 떨렸다.
만났다. 앞에 논, 밭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 기차가 지나간다. 뒤에 낮은 산이 있는 으슥한 곳에 차를 대 놓고 관장은 내 손을 잡아챘다. 한 손으론 내 다리를 문질렀다. 그곳으로 가까이 손이 들어오면서 느닷없이 입술이 오더니 갑작스럽게 혀가 들어왔다. 있는 힘껏 그놈의 혀를 깨물었다.
질깃, 물커덩. 광어회를 씹는 느낌이다.
”아악! 허억!“
관장은 사타구니를 만지던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지만, 피가 솟구쳤다. 내 얼굴에도 피가 범벅이다. 가방 안에 준비한 휴지를 쓰는 것도 아까워 차 안에 있던 갑 티슈를 여러 장 뽑아서 얼굴을 닦으면서 핸드폰 문자를 관장에게 들이밀며 소리를 질렀다.
”문자 안 지웠어. 더러운 새끼야~! “
차 문을 힘껏 닫고 기찻길로 뛰어갔다. 이 길만 건너면 저쪽은 대중교통이 지나가는 동사무소 도서관 쪽이다. 기차 건널목을 지나 도시 불빛이 나를 반기는 곳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난 집이 좋은 집순이다.
나는 태연하게 출근했고, 관장은 출근을 안 했다.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다행이네, 목숨을 건졌으니.
관장은 석 달 뒤 다른 지역 동사무소로 발령이 났다고 한다. 그렇지, 내가 혀를 깨물었다는 말은 못 하겠지. 그럼 직장도 끝나고 인생도 너덜너덜해지겠지. 너의 혀처럼.
순간 판단이 옳았다. 그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긴 이야기는 지루하고 실증 나니까 같이 술 처먹고 성 상납해서 무기계약직이 된 김선녀 소식은 다음에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