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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가족도 즐겁답니다

함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

by 여름별아빠

“최중증 발달장애(자폐 2급)를 가진 A씨와 A씨를 30여 년간 돌봐 온 어머니가 자택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요즘 이런 가슴 아픈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2024년에 보도된 한 뉴스만 봐도 2년 간 발달장애인 사망사건이 20건에 달한다고 하니 정말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이전부터 주변이나 매스컴에서 나오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모습은 통제 안 되는 발달장애인과 그 옆에서 돌봄을 하며, 피로에 지쳐있는 가족들의 모습, 언제나 그런 부정적인 모습들이 대다수였다.


2018년 아들이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그런 모습들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아니 남의 일이 아니라 딱 우리 가족이 처한 상황과 같았다.

그 당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밝고 행복한 가족이 되자”라고 다짐했던 거였다.

그들과 다르게 우리 가족은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이 되고 싶었다.




2018년 자폐성 장애를 판정받고, 그동안 다니던 한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서 다른 여느 발달장애 아이들과 다름없이 약을 처방받게 되었다.

당시 담당의 선생님은 약을 복용해야 아들의 주의력과 성장이 향상될 수 있고, 우리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아들을 망칠 수 있다는 독설을 퍼부으며, 거의 반강압적으로 약 복용을 강요하였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아이가 차분해지는 반면에 하루 종일 멍해지고, 무표정한 얼굴과 감정표현이 많이 없어진다는 편견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아내와 나는 동생이 생기고 이제 막 밝아지기 시작한 6살 된 아들에게 차마 약을 먹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게 되었다.

대신 언어, 수영, 놀이, 감각치료를 통해서 아들의 발달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아내의 헌신과 희생, 노력이 컸다. 다니던 직장에서의 경력을 포기하고 긴 휴직동안 아들과 함께 하며, 지친 내색 없이 집 안팎에서 아들의 발달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랬기에 아들은 비록 느린 속도였지만 밝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세상을 배워 나갔다.

참을성이 좋아져서 가능했던 브로콜리 되기




여름이는 참 사랑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아요.


아들이 2학년 여름방학 시절, 내가 휴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아들은 방학 동안 체력향상을 위해 한 특수운동발달센터에 그룹형 운동치료를 받고 있었다.


“아버님, 매번 자리도 안 뜨시고 아들 운동하는 거 2시간 동안 계속 보고 계시던데 대단하십니다.

지난번부터 대화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혹시 아들은 어떤 약을 먹고 있습니까? “


한 아버님이 나에게 다가와 물으셨다.


“저희 아들은 아직 약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자리를 안 뜨는 건, 여기가 에어컨 나와서 시원하고 딱히 밖에 나가도 할 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라며 웃으며 말했다.


“약을 안 먹는데도 저렇게 잘 지냅니까?”


아버님이 다시 물었다. 그분 아들도 우리 아들과 같은 또래에 같은 장애등급을 받고 있었다.


"그냥 저희 애가 운동을 좋아하나 봅니다. “


라고 말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아들이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게 ‘어쩌면 잘한 일이 아니었을까 ‘ 하고 생각했었다.


한번씩 학교 선생님이나 치료센터 선생님들께서 아들이 참 사랑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면서 말씀하실 때가 있다.

그 말이 설령 기분 좋으라고 그냥 말씀하셨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 칭찬이 세상 어느 칭찬을 들었을 때보다 기분이 좋다.




함께이기에 우린 행복한 가족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전문 의료인이 아닌 우리 부부가 아들에게 약을 복용시키지 않은 건 어쩌면 크게 잘못된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약을 먹었으면 지금보다 더 아들의 발달상태가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정으로 아들의 밝은 웃음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들이 집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노하우를 쌓아 나갔다.

앞으로도 그런 과정에서 언젠가 지치고 힘들 때가 찾아오겠지만, 끝까지 가족 모두 밝은 웃음을 잃지 않도록 매일매일 함께 노력할 것이다.




우리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더 이상 슬픈 뉴스 속의 주인공이 아닌, 밝고 행복한 뉴스 속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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