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by 수영

둘째가 만 3살이 될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정신없이 살았다.

지난날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바빴다.


학창 시절에 내가 할 줄 아는 건 공부가 전부였다.

체력도 안 좋아서 늘 빌빌거렸고, 새침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친구 관계도 넓지 않았다.

체육 시간에는 이 시간이 부디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그나마 미술 시간은 조금 즐거웠지만 미술에 재능은 없었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재밌게 노는 법도 몰랐다.

공부를 잘했다기보다는 공부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공부를 했다.

그렇게 학교-집을 오가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의대에 갔다.

와,,의대 공부에 비하면 중고등학교때 했던 공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 3이 초등학생이 하는 공부를 볼 때의 느낌이었다.

뭐 이걸 가지고 그토록 힘들어했던가.

의대의 말도 안 되는 공부 양에 압도된 채, 낙오만 되지 말자 되뇌며 필사적으로 버텨 겨우 6년을 마쳤다.

그리고 대학병원 인턴에 들어가니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의대 입학 후 레지던트 2년차까지 9년 정도는, 매해 더한 힘듦의 연속이었다. 한 해를 죽도록 힘들게 버텼는데, 그다음 해는 더 힘들어져서, '아니, 난 작년에 왜 그 정도 가지고 힘들다고 징징댔었지?'를 매해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레지던트 3년차가 되었고 그제야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밥도 비교적 제 때 챙겨 먹고 잠도 꽤 잘 수 있었다.

그래서 여의사들은 그때 다들 결혼도 하고 애도 낳는다.

나도 레지던트 2년차 말에 결혼을 하고 4년차 4월에 첫째를 낳았다.

일은 덜 힘들어졌지만 육아가 더해지니 힘듦의 정도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이후 대학병원 수련을 마치고 동네 병원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둘째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내 나이 40이 넘어 있었다.

인생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 처음으로 숨을 고른 게 그쯤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참 열심히 살고 많은 것을 이뤘다.

피, 땀, 눈물이 담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증이 있고, 열심히 일해도 속상하지 않은 직장이 있고, 따뜻하고 성실한 남편이 있고, 건강하고 예쁜 두 아이가 있다. 양가 도움 없이 남편과 둘이 열심히 저축해서 마련한 우리 집도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것을 가진 지금, 이제야 생각해 본다.


그래서 나는 지금 행복한가?

40 넘어 처음 행복에 대해 고민해 본다.

가진 것이 없을 때는 '성취'와 '소유'에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달렸으나 내가 생각했던 골인 지점에도 거창한 행복은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갖기 전까지 그토록 소원했던 것들은 내 손에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소유는 잠깐의 기쁨을 가져올 뿐, 행복을 보장하진 않았다.

갖고 있던 걸 뺏기면 엄청나게 불행해질 수 있겠으나, 이미 갖게 된 걸 계속 소유한다고 해서 그것이 날마다 새로운 기쁨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면 당연해지지 않은 기쁨과 행복은 어디 있는가?

남은 인생에서 삶으로 대답해야 할 중요한 질문을 들고 난 요즈음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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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게 힌트를 주는 두 분이 있다.


한 분은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님이다.

그분의 말씀 중에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압정을 일상 곳곳에 깔아 두어라''

라는 내용이 있다. 행복은 즐거움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있다고 했다


다른 한분은 정지우 작가님이다

그분의 <<그럼에도 육아>> 책 중에

''한 해를 돌아보면, 그렇게 해치우듯 채워진 나날들로 가득하다. 내게 글쓰기는 그런 일들의 틈새에서 피어난, 돌담 속 민들레 같은 것이다. 책 쓰기란, 그런 민들레 꽃들을 꺾어 꽃다발로 만드는 일이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상 속 민들레를 알아보고 그걸 모으고 기록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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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내 당연해지지 않을 소소한 기쁨들을 찾아내어 내 일상의 곳곳에 심어 두고,

(2) 그 순간의 기쁨들을 잘 찾아내는 마음의 안목을 키우고

(3) 그 기쁨들을 크게 만드는 감사를 더하고

(4) 그것들을 잘 엮어 기록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그땐 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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