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용 밴드를 기어이 지금 사야만 하는 나

by 수영

가족들과 마트에 갔다

아이가 사고 싶다는 장난감을 진열대에서 빼내는데, 날카로운 곳이 있었는지 손을 베었다.

1cm 정도 긁힌 정도의 상처.

스멀스멀 피가 스며 나오길래 가지고 있던 휴지로 눌렀더니 다행히 피는 금방 멈췄다.

장난감만 사고 바로 집에 가는 일정이니 집에 가서 연고 바르고 밴드 붙이면 될 터였다.

며칠 지나면 티도 안 날 작은 상처.

그런데 그게 당장 그렇게 불편했다.

쓰라리고 아리니 다른 생각이 안 나고 자꾸 눈이 손가락으로만 갔다.

아. 당장 밴드가 필요했다.

30분 뒤 말고 지금 당장 밴드를 다친 곳에 붙여야 이 불편한 마음이 없어질 것 같았다.

마트 여기저기를 둘러봤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밴드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계산대 줄을 서고 있는 남편에게, 잠깐 약국에 다녀온다며 마트 입구에서 만나자고 말하고 서둘러 마트를 빠져나와 약국을 찾았다.

내가 위치를 알고 있던 약국은 이사를 갔는지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결국 꼭대기 층에 있는 편의점까지 가서 밴드를 사서 상처에 붙였다.

한참 만에 나타난 나를 본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내가 이해가 안 가는데 남편이야 오죽할까.

바로 집에 갈 건데, 집에 가서 붙이면 되는 걸 굳이 지금 당장 밴드를 사서 붙였어야 하는가?


그러다가 첫째가 떠올랐다.

불편함을 잠깐도 참지 못하고 울고 떼쓰던 첫째.

"아니 넌 도대체 왜 이러니!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텐데, 왜 그걸 가지고 이토록 난리야!"

걱정 반 짜증 반으로 아이에게 소리쳤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그래, 엄마를 닮은 거였다.

나는 이제 성인이라, 내 불편함을 이런 식으로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나 아이는 어려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데, 엄마가 혼을 내고 있으니 울고 떼를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가고 미안해졌다.

그리고 예민한 첫째에 대한 걱정들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도 어른이 되어 나의 예민함과 불편함을 나름 잘 다뤄가며 지내고 있으니 아이도 좀 더 크면 스스로를 잘 살펴가며 지낼 수 있으리라.


밴드 좀 지금 당장 사야 하면 어떤가.

그걸로 다른 이들에게 화내고 짜증 내지 않고 스스로 잘 해결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

아이도 그리고 나도.

keyword
이전 13화행복한 삶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