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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사람

당신이 특별했던 이유(1)

by 우주숲

불안하고 조급하고 어설프기만 했던 6년간의 장기 연애는 허무하게도 끝이 났다. 사진첩을 정리하니 함께 보냈던 6년이라는 시간, 20대의 청춘은 도둑맞은 것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영원한 관계는 있을까? 우리 엄마, 아빠만 봐도 아닌데. 이럴 바엔 혼자 사는 게 마음은 더 편하겠다.'


더 이상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고 더군다나 혼자가 된 삶은 생각보다 평온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웠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바로 집을 나섰고 아무 때나 친구들도 만났고 주말엔 당일치기로 훌쩍 여행을 떠나보기도 했다. 남들이 혼밥 하는 모습만 봐도 내가 다 쓸쓸했는데 경험해 보니 의외로 좋은 점이 많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도 생기고, 내 취향대로 하루를 가득 채울 수도 있고...


혼자 사는 삶이 이런 거라면 이렇게 쭉 살아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점점 결혼에 대한 생각이 사라져 갈 때쯤 주변에서 소개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숫기도 없고 빼어난 외모도 아니었기에 자신이 없어 정중히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지인의 설득에 몇 차례의 만남을 가져보기로 했다.


말주변이 없고 내성적이라 소개팅이라는 자리 자체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어쩌면 새로운 인연을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설렘에 약간은 상기된 채 약속 장소로 향했다. 화사한 카페에 단정한 차림으로 앉아 있던 그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애쓰며 대화 주제를 끊임없이 꺼냈다. 덕분에 우리는 빈틈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지만 어쩐지 그 사람이 더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소개팅도 그다음 소개팅도...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내가 꿈꾸던 이상형과 가까운 외모를 지닌 상대도 있었지만 뭔가 끌리는 느낌이, 더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참 이상하게도 소개팅을 할 때면 문득문득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강아지처럼 순둥한 외모에 애교 많은 사람이 이상형이었지만 지금의 남편은 나와의 이상형과는 정 반대였다. 한눈에 봐도 무뚝뚝해 보이는 강한 인상에 늘 흐트러짐 없이 바른 자세로 앉아 용건만 간단히 말했다. 게다가 나이 차이도 조금 있는 편이라 같이 대화를 나눌만한 일도 없어 출근을 해도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언니의 제안으로 나간 모임 자리에서 그를 만나며 우리의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 그 사람이여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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