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나의 인사이드아웃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을까 봐,
아빠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질까 봐,
도전에 실패할까 봐—
내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맞춰 살아가던 내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건 지금의 남편 덕분이었다.
"계속 마음 쓰일 순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대신 힘든 거 참지 말고 오늘 다 풀어내버리자."
"와~ 완전 작품이네! 생일 선물로 태블릿 사줄까? 툰으로 그려보면 좋을 것 같은데."
"다시 그림 그려보기를 잘했네. 상도 타고, 이렇게 상금까지 받고! 도전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아기가 생기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해봐. 그땐 육아를 내가 전담하면 되지!"
"글 쓰는 모습도 예쁘다. 내가 입으면 후줄근하기만 하던 옷을 어쩜 그렇게 잘 소화해? 참 이상하네, 하하."
처음엔 남편의 이런 말들이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한텐 정말 큰 일인데,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하다가 잘 안 되면 어쩌지? 실패하면 그땐 어떻게 하지...'
'아기 키우는데 시간도 돈도 얼마나 많이 드는데, 불확실한 꿈을 좇는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냥 연애 초반이라 잘 보이려고 하는 말이겠지. 큰 의미 두지 말자.'
하지만 그의 말은 언제나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결같이 마음을 표현했고, 주어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했으며, 이미 지나간 일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나와는 다르게, 그는 정말로 자신만의 삶을 묵묵히 꾸려나가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안일해 보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너무 즉흥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길만을 택하고, 계획적인 삶에 집착하는 나에게 그는 중화제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그와 함께하면서 나는 점차 긴장이 풀렸다.
억눌러두던 감정을 꺼내기 시작했고,
실패가 두려워 외면했던 길도 한 걸음씩 걸어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하니,
의미 없이 걷던 길에서도 향긋한 풀 냄새가 났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일이 끝나면 그저 눕고만 싶던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 점점 많아졌고,
내일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제야 나도 한 번뿐인 내 삶을
후회 없이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삶에는
기쁨도 슬픔도, 만족도 후회도, 성취도 실패도—
무엇 하나 빠짐없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고마운 훈이에게.
참 행복하지만,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오는 육아의 순간마다
변함없이 사랑해 주고, 배려해 줘서 고마워요.
결혼은 물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도
늘 자신 없고 부정적이던 내가
당신 덕분에 이렇게 따뜻한 가정도 꾸리고,
우리 둘을 꼭 닮은 작은 우주도 품게 되었네요.
아이를 키우며
여전히 서툴고 걱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흔들림 없이 곁을 지키며
"당신이 최고야, 정말 기특해."
그 말을 건네주는 당신이 있기에
앞으로의 여정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더 궁금하고, 더 기대돼요.
깊은 어둠 속에 머물던 나를 위해
하나씩 초를 밝혀주던 당신.
내가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길을 밝혀준 당신 덕분에
삶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갈 용기가 생겼어요.
고마운 당신,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늘 내 곁에 있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