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 안에는 원망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유년의 이야기, 가슴 깊이 묻어둔 상처를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처음엔 손끝이 자꾸 떨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문장 두 문장 써 내려갈수록 가슴속 응어리들이 눈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억눌러 왔던 감정들이 글자가 되어 흘러나오자 그 자리를 채운 건 미움이 아니라 오래된 그리움이었다.
감추고 괜찮은 척하면 사라질 줄 알았던 상처가 오히려 꺼내어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아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며 쏟아낸 눈물은 원망의 자국을 희미하게 만들었고, 그 자리엔 조용히 사랑의 흔적만이 남았다.
두 달여 동안 써 내려간 시간 속에서 나는 '부모님을 원망하던 딸'에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여버렸을까 원망하던 시간들이 사실은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빚어낸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부모님의 사랑이, 그 서툴고 불완전했던 사랑이 조금은 이해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뭐든 괜찮은 척, 잘 해내는 척하며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비록 형태는 다를지라도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부모님의 사랑과 믿음은 여전히 내 곁에 있을테니, 이제는 진심으로 엄마, 아빠를 마주하려 한다. '착한 딸'의 얼굴 뒤에 숨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의심없이 마음껏 사랑하려 한다.
마음을 다 써내려 간 끝에 나는 비로소 편안해졌다. 마음을 다 써버린 끝에야 비로소 마음 깊이 남아 있던 원망도 떠나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 쓰고난 끝에, 이 글의 마지막 문장에 홀가분한 마침표를 찍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을 시작하며 소망했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조금은 따뜻해졌기를 바라본다.
부족한 글임에도 늘 읽어주시고 따뜻한 응원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며 제 마음도 많이 치유되었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댓글과 바쁘신 중에도 꾸준히 눌러주신 라이킷 덕분에
부모님의 마음,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나갈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작품은 조금 더 고민해서 행복과 웃음을 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사랑으로 가득한 따뜻한 일상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