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동정의 차이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온 나는 필사적으로 되내었다.
'사랑받지 않은 게 뭐 어때서. 내가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누군가 나를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상상만 해도 자존심이 상했다. 내 자존심의 깊이만큼 끝도 없이 가라앉던 그때 어떤 기억이 어둠 속에서 밝은 빛을 내며 가까이 다가왔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일제히 나에게로 시선이 꽂혔다. 이웃과 가족만큼 가까이 지내던 시절이라 우리 집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1층, 2층, 3층... 시선을 피하려 올라가는 숫자를 가만 쳐다보고 있으면 나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리던 아주머니들은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씩 하곤 하셨다.
"엄마는 연락이 되니?"
"아빠는 어제 왜 그렇게 화가 나셨대?"
"엄마가 갈만한 곳 진짜 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던 13살의 나는 아주머니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
멋쩍은 웃음과 함께 어서 아주머니께서 내리시기를, 어서 우리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아주머니들의 한숨과 혀를 끌끌 차는 소리만이 가득한 엘리베이터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감옥처럼 나를 옥죄었고 그런 소리를 바보처럼 웃으며 계속 듣고 있자니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걱정해 주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교에서 좋은 일은 없었는지, 중간고사는 잘 봤는지, 밥은 먹었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그런 건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들이 필요했던 건 반상회에서 이야기할 만한 자극적인 소재뿐이었고, 그들이 나에게 보여준 마음은 공감이 아닌 동정이었다.
난 그래도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날 내려다 보기만 하는 그들의 눈빛은 내 노력을, 내 자존심을 깎아내려 애쓰는 것 같았다.
*공감: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을 이해하려는 태도(수평적 관계, 이해 중심)
*동정: 타인의 고통에 대해 감정적으로 공감하거나 안타까워하는 것(주로 수직적 관계, 감정 중심)
나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인가 동정하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