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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Dec 02. 2024

6. 돈 많이 버는 일 Vs. 못 벌어도 좋아하는 일

글쓰기로는 돈 벌기 어렵다. 하지만...

당장 돈 많이 버는 일을 해야 할지, 못 벌어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강연에서 노홍철 씨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4살 때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무작정 종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여행사에 무일푼으로 찾아갔어요. 계속 찾아가는 제 에너지에 사장님이 지쳤는지 가지고 있던 툴로 여행상품을 만들어서 여행사업을 했는데 대박이 났어요. 그때 방송사에서 VJ 해 볼 생각 없냐고 연락이 온 거예요. 이미 삼성전자 간부 연봉을 뛰어넘었는데. VJ는 회당 출연료가 5만 원이었지만 더 재밌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했죠.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느낄 정도로,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로 거기에 미쳐 있으면 다른 데서 날 찾아주고 데려가요.

내가 그랬다. 노홍철 씨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데  같은 '무근본'이기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가슴이 끌리는 일을 좇아 자신이 브랜드 자체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로 끝장을 보고 인정받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호를 찾았을 때 또 시도하는 것. 실패나 적은 돈은 새로운 도전 앞에 선 그를 망설이게 만들지 못했다. 그는 장난으로 한 게 아니라, 그게 삶이었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사업자등록증에 버젓이 '너 커서 뭐 될래 했는데, 뭐가 된 노홍철'을 새긴 것은.

나도 글쓰기를 좋아하다 지금은 섭외받고 돈 버는 인생을 산다. 내가 노홍철 씨만큼의 사회적 성과를 거둔 성공은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내 40대 중반은 지금과 다를 거라고 확신하며 하루하루 달리고 있다.


나에게 처음은 노홍철 씨의 24세 '무작정'과 닮았다. 꾸준히 쓴 내 글을 2012년에 무작정 투고했다. 출판사 계약을 맺었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첫 책은 내고 나서 분명 후회할 것 같은데 책을 써 본 경험은 또 진할 거 같아서 시도하되 종이책보다 절판(계약해지)이 쉬운 전자책을 택했다.


그 책 한 권 덕분에 나는 TEDx 단독 강연 무대에 서게 된다. 지금 강의를 하는 이동영 작가를 만든 무대였다. 앞으로 내가 계속 강의하는 삶을 살 거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자비출판, POD 출판을 했다. 그 책 속의 글귀를 꾸준히 올린 브런치 글을 보고  내가 연 강의에 사람들이 몰렸다. 또한 책을 냈다는 사실로 그 책을 읽고 난 담당자의 눈에 띄어 외부 강사로 섭외되었다.


처음엔 무일푼으로 시작했고, 저렴한 특강으로 수강후기를 모으는 게 전부였다. 내가 쓴 책을 알리는 글을 부단히 올리기만 했다. 보상을 생각하고 한 글쓰기가 아니었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았다. 프리랜서로 날 독립하게 해 주었으니까.


어느새 회사에서 근무할 적보다 몇 배의 수익을 낼 정도가 되었고, 코비드 팬데믹이 한창이던 3년 전에 비하면 평균 강사료가 2배가량 훌쩍 뛰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이력을 쌓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글쓰기 강의를 1,000여 회 정도 기록했다.


브런치 스토리에는 곧 2,000개의 글을 올리게 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그저 계속했는데, 글쓰기는 정직하게 남겨주었다. 강의 실력도 점점 늘었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익히는 것도 많았다. 


지금은 전화와 문자, 메일로 섭외 문의만 받고 강의한다. 개인 강의는 1년에 5회 미만으로연다. 굳이 내 강의를 팔지 않아도 먹고사니까 내 강의는 희소하게 여는 대신 프리미엄으로 인당 40~50만 원씩 소수 정예만 받는다. 오히려 프리미엄 강의를 수강한 분들이 더 길고 정성스러운 후기를 보내줄 정도로 반응이 좋다. 그래도 더 자주 열 생각은 없다. 흔하디 흔한 '강의 팔이'로 비치는 것보다는 돈 이상으로 깊이 있는 철학을 지닌 '교육자'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괴테는 대담함에 재능과 마법과 힘이 함께 한다고 했다.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 하루하루 잃지 말고 우유부단 하지 말라고.


좋아하는 일을
무모하게 시작하고
꾸준히 하면
어느 임계점 이후부터는
돈 많이 버는 일이 된다.


https://brunch.co.kr/@dong02/2692


나에겐 그게 글을 쓰는 일이었다. 그냥 혼자 끄적이고 만족하는 글이 아니라, 공개해서 반응을 얻는 글이었다. 그동안 상처로 남을 만한 댓글이나 반응들도 많았지만 이젠 신경 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브런치 스토리가 탄생한 해와 함께 한 내가 10년째 글을 부단히 올리며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나.

그래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처음부터 계획한 대로 된 건 많지 않았다. 꾸준히 쓰다 보니 흐름이 있었고, 거기에 올라탔다. 운 좋게도 내 글이 노출이 많이 되고 독자들이 좋아해 주었고, 출판사에서 날 찾아주었다.


당장 돈이 되지 않은 글쓰기는 프리랜서인 지금 내게 몇 배의 수익을 내주며 백수가 아닌 '프리랜서'로서 당당히 자립하게 해 준 수단으로 남았다.


돈을 못 벌어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당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할지 묻는다면 내가 해줄 대답은 "네 멋대로 해라"이다. 당장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하는 상황인 사람에게 끝도 보이지 않는 글쓰기를 권장할 배짱은 내게 없기 때문이다. 꾸준한 글쓰기로 프리랜서에 성공한 건 그저 내 사례이고, 결과론적인 사후 평가일지 모른다. 느긋하게 글을 쓰다 보면 결국 답이 나와요 라는 말을 나는 할 수 없는 거다.


그러니 네 멋대로 해라. 어쩌면 당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게 또 없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난 한 번뿐인 인생에서 이것저것 따지고 더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너무 크게 좌절하지도 말고, 지레 겁먹고서 게으름 피우지도 말고.


나는 글쓰기를 했듯 꾸준히 뭐라도 당장 시작하면 된다. 돈을 버는 일과 동시에 나에게 무기를 하나 쥐어주는 일을 하긴 해야 한다. 그 무기는 당장 쓸 데가 없어도 계속 갈고닦아 놓으면 뾰족하고 날카롭게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스스로 믿어보자.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하고 조심스러운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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