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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유 Aug 12. 2022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는 사이

비닐봉지 안 감자들은 서로를 억세게 부둥켜안았다

어른 중지만큼 자라난 독(毒)줄기로 전생까지 끈끈히 묶었다

물컹한 사체에서 기어 나와 처절히 흔들리는 언어

아직 나 죽지 않았소, 우리 아직 살아 있소

생명 다한 모체를 필사적으로 파먹으며

비닐봉지 안의 습기와 암흑을 생식하며

저 언어들은 푸르게 살아남았다


싹 난 감자알을 창가에 올려놓으며

본다,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는 사이

나를 비켜 간 저 푸른 인연의 독(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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