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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가는 길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청평사 가는 길



개울에 쌓인 낙엽이 물의 살갗을

실핏줄처럼 흘러갔다 새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조용히

숲을 통과할 무렵 나는

나를 불러낸 발걸음이었다 그때

구부러진 길 저쪽에서 네가

일주문처럼 서 있는 것도 같았는데

체한 듯 마음은 헛돌아

무어 그리 힘주어 밟지 못한 일들이 많았을까

길가에 쌓인 합장손 돌무덤 일제히

꺼먹눈으로 나를 훑어내리는

산중, 절로 향하는 길은

쌓여 밟힌 것들이 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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