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뿌리의 힘은 생각보다 거세다
손바닥 가득 쥐여진 삼십 촉 전구
뇌관 끊긴 텅 빈 머릿속과는 다르다는 듯
이리 틀고 저리 틀어도 좀처럼 뽑힐 기색이 아니다
막장갑을 끼고, 여차하면 끊긴 뇌관의 숨통까지
끊어버릴 기색으로 다시 녀석을 움켜쥔다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처럼
조금씩 돌아가며 뿌리 뽑히는 안간힘
그 사이로 무언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한다
세 쌍의 다리를 치켜세운 채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바퀴다, 달아날 생각도 않는 말라비틀어진 새끼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넷 다섯 여섯……
전구알 빠진 소켓에 빈 알집이 쫙 깔렸다
머리통을 붙들고 그토록 끈질기게 버팅기던 힘든
뿌리가 아니라 뿌리의 주변이었던 것
기어 나오는 즉시 비명도 없이 말라비틀어졌을
저 말살된 현장의 텅 빈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