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소의 큼지막한 눈에는
온갖 풀 자라나는 초원이 있고
천천히 낮게 굴러가는 뜬구름의 하늘이 있고
그 하늘을 배경 삼아 나른히 드러누워
근질근질 씹어대는 정(情)이 있다
그 눈 속에는
어쩌지 못해 타오르는 불길이 있고
타다 타다 스러져 흩어지는 재가 있고
그 미분의 시간 오래 바라보아 눈 멀어버린
투명하고 잔잔한 물길이 있다
그 물길 타고
어디든 흘러가다 보면
이 짐승이 왜 그리 오랫동안
쓴 물을 게워 천천히 되새김질하는지
코뚜레 꿰여 어디로도 달아날 수 없는 몸이
왜 눈동자 가득 자유를 풀어놓고
세월(歲月)의 고요를 연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