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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유 Aug 22. 2022

간장꽃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간장꽃


        

어머니 날 불러 꽃을 보라 하신다

나는 아직 꽃이 필 때가 아니라고

겨우내 틀어박힌 우울로 싸늘히 응수하지만

입춘의 문을 열고 건너온 저 세상의 계절은

바깥 베란다에 이미 질펀히 도착해 있다

그 안온한 빛의 세상에서

어머니 날 불러 꽃을 보라 하신다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져버린 나는

향(香)을 가진 것들의 환(幻)을 일찍이 보아버린 나는

이 잡초 한 포기를 제발 내버려두시라 애원해보지만

어머니 날 불러 꽃을 보라 하신다

뿌리를 내리지 않고도 자라고

잎 없이도 푸르디푸른 색(色)을 피우며

썩어 문드러져가는 것들과 동거하면서도

먹물보다 더 진한 향(香)을 방사하는, 

옥색 곰팡이꽃 푸짐히 뒤덮인 장독대 안에서

하늘의 얼굴로 웃고 있는 자를 들여다보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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