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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유 Aug 23. 2022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소의 큼지막한 눈에는

온갖 풀 자라나는 초원이 있고

천천히 낮게 굴러가는 뜬구름의 하늘이 있고

그 하늘을 배경 삼아 나른히 드러누워

근질근질 씹어대는 정(情)이 있다

그 눈 속에는

어쩌지 못해 타오르는 불길이 있고

타다 타다 스러져 흩어지는 재가 있고

그 미분의 시간 오래 바라보아 눈 멀어버린

투명하고 잔잔한 물길이 있다

그 물길 타고

어디든 흘러가다 보면

이 짐승이 왜 그리 오랫동안

쓴 물을 게워 천천히 되새김질하는지

코뚜레 꿰여 어디로도 달아날 수 없는 몸이

왜 눈동자 가득 자유를 풀어놓고

세월(歲月)의 고요를 연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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