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 바닥에 놓여 있다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창(窓)이 바닥에 놓여 있다
가을볕을 뚫고 들어온 창(窓)의 그림자
시멘트 바닥을 꿈틀거리는 풍경으로 만든다
풍경 속에는 이제 막 눈뜬 아이처럼
꼼지락거리는 바닥의 무늬들이 있고
그 무늬들을 어미처럼 품고 있는
환(幻)이 있다 문고리도 창틀도 보이지 않는
저 벽, 그림자는 어떻게 열고 들어갔나
누군가 마음속 깊이 오래 품어둔
떨림 같은 빛의 더듬이들이 한나절 내내
차가운 바닥을 열고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