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오후에 온 편지
자전거 벨소리가 골목에 갇혀 있는 적요를 간간이 흔들고 지나가는 오후, 편지 한 통 날아들었다 수신인 이름은 김(金) 지(志) 혜(惠) 석 자가 또렷한데 송신인 이름은 지워지고 없다 봉투 왼쪽 상단에는 알아볼 수는 없으나 존재하는 게 분명한 오늘의 주소가 박혀 있다 누군가 또박또박 눌러 썼을 주소, 혼이 빠져나간 육체처럼 혼미한 뼈마디 자국으로 남은 출처
손가락으로 가만 쓸어보니 움푹 팬 그것이 비로소 만져진다 방금 쏜 화살처럼 전신을 뒤흔들며 아직 따뜻한 피톨 도는 이것, 대체 누가 보낸 심장일까
방 안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빛
두 손에 받든 채
오, 다시 두근거리는 내 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