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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유 Aug 26. 2022

그날 아침, 열린 문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그날 아침열린 문



어디로부터 날아든 것일까

창가에 박새 한 마리가 오롯이 앉아 있다

열려 있는 격자무늬 창틀 속

뻥 뚫린 공간에 암호처럼 찍혀

무어라 무어라 말을 한다

그만 털고 일어나라는 뜻일까

어디든 가보자는 것일까

일행과 함께 떠나지 못한

저 새의 전생은 햇볕이었을 것이다

박새가 열어놓은 또 하나의 문으로

태초의 모든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저 문으로 들어가는 주문은 알 수 없는데

이방(異邦)의 새 한 마리가 햇볕을 물고

이리저리 방향을 가리킨다

딴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게 한다

이윽고 그날 아침 열린 문으로

새는 쏜살같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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