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그날 아침, 열린 문
어디로부터 날아든 것일까
창가에 박새 한 마리가 오롯이 앉아 있다
열려 있는 격자무늬 창틀 속
뻥 뚫린 공간에 암호처럼 찍혀
무어라 무어라 말을 한다
그만 털고 일어나라는 뜻일까
어디든 가보자는 것일까
일행과 함께 떠나지 못한
저 새의 전생은 햇볕이었을 것이다
박새가 열어놓은 또 하나의 문으로
태초의 모든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저 문으로 들어가는 주문은 알 수 없는데
이방(異邦)의 새 한 마리가 햇볕을 물고
이리저리 방향을 가리킨다
딴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게 한다
이윽고 그날 아침 열린 문으로
새는 쏜살같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