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는 사이
비닐봉지 안 감자들은 서로를 억세게 부둥켜안았다
어른 중지만큼 자라난 독(毒)줄기로 전생까지 끈끈히 묶었다
물컹한 사체에서 기어 나와 처절히 흔들리는 언어
아직 나 죽지 않았소, 우리 아직 살아 있소
생명 다한 모체를 필사적으로 파먹으며
비닐봉지 안의 습기와 암흑을 생식하며
저 언어들은 푸르게 살아남았다
싹 난 감자알을 창가에 올려놓으며
본다,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는 사이
나를 비켜 간 저 푸른 인연의 독(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