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뜯어보기<5>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20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요, 민주주의의 정신이 가장 잘 구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권재민, 즉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의미이죠.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현실에서의 최고의 정치적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권력의 뿌리는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합의로부터 비롯된다는 의미입니다.
대의(代議) =
대표 하고, 대신 하고, 대변 하는
사실, 선거를 치르다 보면 국민 개개인의 투표권 행사는 그리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피선거권자로 나온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죠. 국회의원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투표는 누구나 할 수 있기에 현실적 한 개인의 투표권이 가지는 무게감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없으니까요. 그 한 표, 한 표가 모여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그 값어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올라가는 민주주의의 역사는 그 뿌리가 상당히 깊습니다. 물론 현대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2천 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죠. 오늘날과 같이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에는 대의(代議) 민주주의가 일반적입니다. 대의 민주주의란 국민의 뜻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대신' 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대의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인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은 대표하고 대신하지만 대변하는 역할에는 소홀해 보입니다. 선거철에는 국민의 뜻을 대표하고 대신하고 싶어서 넙죽 엎드려 절을 하지만 이후에는 국민을 대변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돌변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죠. 20대 총선이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는 이유는 정치인이 '국민의 대변자'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 개개인의 힘으로 그 대변자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정치인이란
권력자가 아니라 '대변자'이고
권위직이 아니라 '명예직'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현, 이것이 20대 총선의 의미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은 권력자가 아니라 '대변자'이고 권위직이 아닌 '명예직'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치인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이를 깨달을 수 있게 해야 하죠. 역사의 진보를 담보하는 것은 사람의 진화에 있습니다. 팔다리가 더 생기는 진화가 아니라 새로운 생각들로 가득찬 진화 말이죠. 장대한 역사에서 개인은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결국 역사의 물줄기는 작게만 보이는 개인의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세기 말이나 되어서야 이러한 근대 민주주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1987년 6월 일어난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민주사회가 도래했습니다. 당시 '6.29민주화선언'은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를 시작으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까지 이어진 오랜 군부독재의 사슬을 끊는 역사적 순간이었죠. 이때의 민주항쟁으로 국민투표에 의한 대통령 직선제(5년 단임제)가 도입되면서 진정한 참여민주주의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투표를 통한 대통령 선출이 당연하게 된 것은 30년이 채 안 되는 일입니다.
- [세계사 왜?] 중에서
*블로그 바스락(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