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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Oct 27. 2024

사막에 버려진 풀잎

그녀

보통 사람들의 밤은 어떨까.

해가 저물면 당연한 듯 누워 곤히 잠을 자는 이들.

아이들은 오동통한 발을 이불 밖으로 내밀고 자그마한 입을 벌린 채 잠들겠지. 누군가는 내일 있을 일을 미리 생각하며 누울 테고, 누군가는 정자로 누워 자신의 호흡에 집중할 테고, 또 누군가는 다른 이의 품에 안겨 달콤한 말을 나누겠지.     


그녀 역시 그랬다. 그의 품에 안겨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입을 맞추고 서로의 살결을 만지던 밤이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찾다 지쳐 푹 잠들고, 낮게 코를 고는 서로의 모습을 장난스레 지켜보기도 했다. 그때 세상 모든 것은 그녀를 위해 존재하듯 아름다웠고, 밤은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꿈의 시간이었다.     


그는 푹 자야 다음날이 편하다며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그녀에게 구구절절 설명하곤 했다.

한참 어린 그가 영감 같은 소리를 한다며 그녀는 웃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푹 자는 것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잠을 푹 자는 게 보약보다 몸에 좋다고, 그러니 그녀도 늦지 않게 푹 자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곤 했다.     


그 말이 맞다면 지금의 그녀는 망가진 사람일 것이다. 잠을 완전히 잃어버린 자. 

꼭 생기를 잃고 시들 거리는 풀과 같았다. 오래도록 물을 주지 않아 수분이 다 마르고, 손만 대도 바스러져버리는.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지만, 다시 살릴 자신이 없는.


불면의 밤을 통과한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풀잎 같다.

세포 구석구석까지 갈라진 목마른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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