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잠에도 총량제가 있대요."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것뿐이겠어요. 인생의 모든 건 총량이 있어요."
그가 무슨 뜻이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행복에도 슬픔에도 모두 총량이 있어요. 우리 밥그릇의 크기는 정해져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감정을 너무 많이 먹으면 나중엔 정반대의 감정만 밥그릇에 남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녀는 덧붙였다.
"전... 행복의 맛을 너무 많이 봤나 봐요. 이제는 쓴맛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생각했다.
나의 그릇에 남은 건 뭘까.
어쩌면 단맛도 쓴맛도 모두 사라진 빈 그릇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