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淨化

2화: 자폐증 환자 '정화'

by 장가모

가게는 우드 톤으로 이루어진, 테이블 10개 정도를 보유한 자그마한 가게였다.

아직 가구들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고 간판이 설치되지 않은 모습에

이제 개업하는 가게인지 폐업한 가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나는 문 앞에 가로로 길게 놓여있는 간판을 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여자가 등을 지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뒷모습을 보아하니 체구가 작아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다가가 먼저 기분 좋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면접 연락받고 면접 보러 왔는데요?"


그 사람이 나를 힐끔 돌아보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한마디로 기괴했다.

얼굴에 전반적으로 주름이 어느 정도 깊게 지어져 있으며 (특히 팔자 주름이 아주 깊이 파여 있었다.)

3~40대로 보이는 얼굴로 머리 스타일은 동네 미용실에서

2만 원짜리 파마를 한 듯한 스타일이었다.

(아주머니들이 주로 하는 파마 스타일)

머리 중간 부분과 앞머리를 고무줄로 느슨하게 묶어 올려

다소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과 상반되게 사과머리를 했다.

양 옆의 숱이 지나치게 많아 옆으로 붕 떠있는 것이 마치 대걸레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녀는 대답은 생략한 채 우물우물 거리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더니 걷더니 갑자기 주방 쪽으로 달려갔다.

공원에서 산책하시는 아주머니가 자주 입을법한 샛노란 경량 패딩이

환하게 빛나 눈에 띄었으며 청바지 엉덩이 부분에 검은색 삼각형 게스 로고가 반짝 빛났다


그 사람은 주방 쪽에서

'너는 계략에 빠져든 게야'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괴상한 목소리로 끽끽끽 웃어댔다.


마치 독심을 가득 품은 마귀할멈처럼 말이다.


그때, 주방 안 쪽에서 키가 작은 스포츠컷 스타일의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 나왔다.

그분은 “안녕하세요.” 하고 기분 좋게 인사를 건넸다.

나도 인사를 했다.


“이 쪽으로 앉으세요.”


‘전화를 줬던 남성의 아내분인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눈이 가재비처럼 쭉 째진 게

약간의 야비함이 눈에 보이긴 했지만

사람 퍽 좋아 보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져

첫인상은 나쁘지 않은 분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조금 나눠보니

이 아주머니는 가게의 사장이었고

나에게 전화를 건 남성의 정체는

친동생인 가게 점장이었다.


“냐냐아!! 흐흐흐.”

노란 패딩 여성이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턱을 앞으로 쭉 내고 비둘기처럼 목을 앞 뒤로

움직이며 '끽끽끽' 거리며 다시 한번 흉측하게 웃어댔다.


“아. 여기는 제 딸이에요. 엄청 어려 보이죠. 94년생이에요. 생각보다 나이 많아서 놀랐죠?”

사장님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정말요? 전혀 몰랐어요. 저보다 6살이나 많으시구나. 제가 더 오빠 같네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나는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베이비 시터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쓰다듬는 행위보다는 머리를 헝클어뜨렸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행위였다.

손길은 세월이 더해진 할머니의 거친 손바닥처럼 두툼한 굳은살 같은 게 느껴졌다.


“제 딸이 많이 반갑나 보네요. 하하하!”


사장님은 머쓱한 듯 큰 목소리로 박장대소했다.

사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우선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순간적으로 욱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에 당장이라도 가게를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우선 커피 만드는 법, 청소법, 포스기 다루기 등

기본적인 홀 서버로써의 업무에 대한 설명을 해줄게요. 따라와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녀를 따라갔다.


“승우 씨가 창업 멤버라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오늘은 가 오픈 기간이라 저와 함께 일해봐요”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 한 번 보러 왔는데 바로 창업 멤버가 되어버렸다.


“조금 혼자 연습하고 있어 봐요. 난 재료 손질이 바빠서.”


사장님은 작은 엉덩이를 양 옆으로 씰룩 씰룩 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기분 나쁜 딸은 바로 나의 앞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나를 빤히 아주 부담스러울 정도로 쳐다봤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신기한 도마뱀을 발견한 듯한

어린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눈길이 가기도 했다.


나는 그녀의 따가운 눈빛을 피하고 다른 곳을 바라봤다.

갑자기 그 사람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러더니 마치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살금살금 아주 신중하게 움직이듯이 걸어왔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내 눈에 뻔하게 다 보였다.)


그러고는 마치 메뚜기처럼 펄떡펄떡 뛰더니 내 코 앞까지 달려왔다.

또다시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정신없이 웃어댔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뚫어져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사람은 뒷걸음질 치더니 씩 웃었다.


이때 첫 손님들이 들어오셨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로 안내했다.

정신없는 상황의 연속에 미세한 두통이 생긴 것만 같았다.


다행히도 업무는 비교적 간단했다.

내가 할 일은 '커피 만들기'와 완성된 '음식 서빙하기'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아있던 그녀가 이번에는 정신없이 재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침이 사방팔방으로 다 튀었다.

기침을 할 때 입을 가리고 하는 에티켓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녀는 자폐증 환자이기에 당연한 이야기다.)

또한 기침을 할 때 온몸이 뒤로 젖혀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작이 지나치게 컸다.


손님들께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누런 콧물이 오른쪽 콧구멍 밑에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손을 코 쪽으로 가져다 된 뒤 입고 있던 회색 스웨터에 닦았다.

그 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앞을 바라보더니 울퉁불퉁하고 큼지막한 검지손가락을 커다란 콧구멍 깊숙이 집어넣더니 기분 좋게 후볐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이 돕고 싶은지 그 ‘행위’를 한 오른손으로

나이프, 포크, 스푼을 하나씩 집어 들고 어루만지며 알아듣기 힘든 언어를 구사했다.


“냐냐 응응 냐냐냠.”


커피 머신 위에 올려진 리넨 천을 가리키며 게걸스럽게 웃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그럼 내일 봐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나냐!!”


나는 문을 열고 나왔다.

재빨리 잰걸음으로 도망치듯이 가게에서 벗어났다.

버스에 올라타 생각했다.


나는 이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직무교육받는 일에 지쳤다.

이곳은 비교적 한가한 것 같고 일도 비교적 간단하여

내성적인 나에게 안성맞춤인 최고의 직장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불편하다 못해 역겨운 사람이 있다.

이 사람에게는 분명 장애가 있다.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른 조금 아픈 사람이다.


'과연 그것을 내가 이해하고 감수하며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과거의 노비를 연상시키는 인상착의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는 행위.

흉측한 웃음소리, 정돈되지 않은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생각보다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사회복지사가 아니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예측불허의 행동을 다 받아주는 일은

내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다.


이때, 또 한 번 그녀의 괴상한 얼굴과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나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시멘트 범벅이 돼버린 기분이 들었다.


‘오늘만 잠시 머물러 있는 거겠지.. ’


나의 기대와 다르게

다음 날, 그리고 다다음날. 일주일, 2주일이 지나도

그녀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가게의 마스코트처럼 말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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