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란
낮은 지나가고 보름이가 남았다.
'저 몇 가지만 물을게요.'
낯선 남자 둘.
그들이 내민 신분증엔 분명 경찰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들은 정보름을 언제 보았는지, 또 언제 만나기로 했는지 물었다.
"자면 안 돼. 기다려야 돼"
나른히 꺼져가는 몸을 일으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바깥은 해가 지는지 오늘의 마지막 빛이 방 안까지 밀려들었다.
-엄청 붉네...
손목을 들어본다.
오빠는.
괜찮나.
막 잠이 들려고 할때, 문이 달칵거렸다. 소리만으로도 몸이 일으켜졌다.
보름의 헝클어진 머리가 먼저 보였다.
"이제와?"
"아... 안 잤어? 헤헤..."
보름은 평상시처럼 웃고 있다.
"어디 있었어."
걱정스레 물었다.
보름인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으며 잠깐 나를 쳐다봤다.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 만큼 크고 예쁜 눈이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 화장을 지우려는 그녀 옆에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작게 속삭였다.
"경찰 왔었어."
"어? 너?"
"나 경찰 처음 봤어."
보름은 화장솜에 크림을 묻혀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면서 사연을 털어놨다.
한동안 오락실의 펌프에 빠졌는데 그곳에 매일 구경 오던 남자가 어느 날 말을 걸었고, 사귀자고 해서 사귀었다는 거. 그리고 그게 전부 한달도 되지 않은 일이라는 거였다.
조용히 듣고 있던 나는 거울 속의 보름과 눈과 마주치고 재빠르게 벌어진 입을 닫았다.
가장 궁금한 걸 물었다.
"그런데 경찰은 널 왜 찾아."
보름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 애가 고등학생인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데서 또다시 입이 벌어졌다.
"경찰이 말해서 알았어 나도. 거기다 조폭 뭐 그런 거래.."
단순히 남 이야기를 전하는 투다.
나는 가까이 붙었던 몸을 살짝 떼어 보름의 표정을 찬찬히 훑었다.
-마음은.
괜찮고?
"어떤놈이 나를 여자친구라고 했는지. 며칠 만났다고. 허허"
사귄다고.
다 사랑은 아니라고?
쨋든.
"야! 너 다시 연락 와도 절대 만나지 마!"
두 팔을 들어 허공에 엑스를 그어댔다. 보름은 거울을 보며 열심히 크림을 문지르기만 했다. 모공 속까지 깨끗해지고도 남을 정도로 박박.
얼굴이 번드르르해진 보름은 벌떡 일어나 세면도구가 든 바구니를 챙겨 들었다.
"씻고 올게, 걔 때문에 다 망했어. 이제 게임하러도 못 가."
-너 지금 펌프가 아쉽냐.
멍하니 그녀가 나간 문을 바라보다 문득 '연애 안 해봤지?' 하던 도진의 말이 생각났다.
무서운 거야.
연애.
띠리리리-
벽에 붙어있는 전화기에서 소리가 났다.
전화기를 들자 벨소리가 멈췄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는 목소리다.
참았던 숨이 헉하고 튀어나왔다.
"넌 왜 전화를 받고 말을 안 해? 도진오빠다."
"응?"
"응은 뭔 놈의. 뭐 해."
"오빠, 여기 번호 어떻게 알았어요? 나도 모르는데."
"서라가 알던데?"
"......"
방으로 전화가 걸려온 건 처음이었다.
내가 말이 없자 도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아까 안 다쳤어? 넘어진 거."
"......."
"너, 입 다쳤냐."
밑으로 길게 늘어진 누런 전화선을 꼬아가다 실소가 터졌다.
가만히 벽에 머리를 기댔다.
수화기 너머도 조용했다.
"오빠, 파스 있어요?"
"파스? 너 파스도 없냐? 갖다줘?"
"지금? 내일 주세요."
"뭘 내일까지가. 기다려 지금 방 밑으로 갈께."
한 손으로 가슴팍에 있는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전화를 끊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어둠속에서도 푸른 잔디가 가로등 불빛에 반짝거린다.
저 멀리 몇몇의 사람들이 길가를 뛰고 또 걷는다.
-이제 저 중에 내가 아는 얼굴도.
나타날까?
창틀에 몸을 기대자 다리가 들린다.
조금 더 멀리...
보여라.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