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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준 깨자루

“엄마는 왜 이렇게 많은 깨 자루를 주신 걸까?”

by 하루다독

엄마, 아빠가 명절에 내 손에 깨 자루를 들려주셨다.

아이와 남편, 우리 셋만 사는 집에

묵직한 자루가 놓인 모습을 보고 잠시 멈춰 섰다.


밤, 호박, 고추, 배, 마늘까지…

집안 가득 쌓인 선물들 보며 한편으로 감사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짐처럼 느껴졌다.


올해 나는 부모님이 주신 것을 하나도 마다하지 않고 모두 챙겨 왔다.

손에 전해지는 거움 속에서,

일흔을 넘 부모님의 월과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꼈던 듯하다.


처음 방앗간을 찾아가,

엄마가 주신 깨 자루로 참기름 받아 들었다.

350ml, 6병 반.

기름 짜는데 든 비용은 2만 원.

생깨를 직접 길러 수확하신 부모님의 수고와

노고가 작은 병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날 밤, 마늘 한 자루도 꺼내

남편과 함께 껍질을 까고 편마늘로 썰어

냉장고에 고이 보관했다.


부모님이 왜 그렇게 많은 정성을 쏟으셨는지,

왜 그 무게를 내 손에 맡기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짠 참기름은 내 가족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분해 나려 한다.

엄마, 아빠의 마음이 담긴 깨가 조금씩

기쁨과 정성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안에서 부모님의 수고와 마음의 가치가

더 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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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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