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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와 놀이터를 떠나기로 했다.

"엄마, 나는 왜 겁이 많지?"

by 하루다독

아이는 기 때부터

대근육 발달이 또래보다 렸다.

뒤집기, 배밀이, 기기, 걷기까지

모두 평균보다 늦었다.

천성이 조심스러운 아이였다.


어린이집에 다닌 뒤에도

집 앞 미끄럼틀이나 킥보드 타기

계단 오르기 등 모든 바깥활동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다.


대신 언어 발달은 또래보다 조금 빨랐다.

네 살 초반 무렵,

놀이터에서 친구가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스스로 조용히 물었다.


"엄마, 나는 왜 겁이 많지?"


나는 그 말이 놀랍고도 마음이 아팠다.

속상함과 혼란, 스스로에게 실망한 마음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고작 네 살인 아이가 겪는 '좌절'처럼 느껴졌다.


하원 후 뛰어놀면 아이 발달에

의심 없이 도움이 된다고 여겼던 장소이자,

겁이 많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서

용기를 북돋으며 놀 수 있게

응원을 끼지 않았던 시간이 쌓인 곳.


그 믿음이 내 손에서 벗어난 듯,

부모의 힘만으로 도울 수 없는 한계와

감정을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놀이터를 떠나기로 했다.


아이가 마음껏 기고 오르고

혹시 넘어져도 괜찮은 곳,

그 수준이 조금 낮아도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 할 수 있는 기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른 곳' 찾고 싶었다.


고민 끝에 문화센터 체육놀이를 시작했다.


봄 학기 시작, 아이는 내 곁에만 앉아있고

모든 행동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호기심 눈빛이 가득했다.


계절이 바뀌고 아이는

조금씩 몸으로 자신감을 쌓아갔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오르고, 기고, 뛰고, 웃었다.


지난해 봄부터, 올해 가을 학기를 지나

엊그제, 겨울학기 신청까지.


어느새 아이는

2년을 다닌 친구들에게 주는

금메달을 받는다.

꾸준함에 대한 작은 '상징'이었지만,

아이는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


___________


그때 놀이터를 잠시 벗어나기로 한 결정

참 잘한 일이었다 생각한다.


새로운 곳에서 아이는 나 손을 잡고

겁 많던 자신을 조금씩 넘어서는 법을 배웠다.

몸을 움직이며 근육과 마음의 힘을 함께 키워갔다.


______________

5세가 된 아이가

을 공기가 느껴지던 날 말했다.


"엄마, 나 미끄럼틀도 혼자 못 탔는데

이젠 탈 수 있고, 계단도 잘 오르고, 앞 구르기도 해.

운동 열심히 해서 그래."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뭉클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신과 신체발달의 균형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걸음 씩 나아가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가는 일

그것이 부모가 배워가는 성장의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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