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남자는 한눈에 봐도 재영보다 열 살은 어려 보였다.
그러나, 덩치를 포함한 다른 종업원들과 주변에 가득한 손님들 눈에도 그렇게 보일지, 재영은 의문이었다.
재영의 몸은 왜소했고 동안이었으며, 몇 년 전 유행한 -지금은 철 지난- 패딩에 야구모자로 희끗희끗한 머리를 가린 채였으니까.
덩치 큰 남자의 등장에 재영은 완전히 겁을 집어먹었고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것은 의외로 아주 작은 용기를 생성시켰다. 재영이 주먹을 말아 쥐고 빽 소리쳤다.
"내가 소란을 피워요? 다른 데서는 해준다는 걸 안 해주니까…….”
"뭐라는 거야, 떠들지 말고 나가!”
“점장님, 생각해 보니까 제가 실수로, 신용카드로 결제한 분한테 현금 영수증 해 주냐고…….”
캐셔가 뭐라고 말했지만 덩치는 막무가내였다. 주먹을 쳐들고 윽박지르는 게, 재영을 완전히 우습게 보고 있었다.
"왜 남의 영업점에서 시끄럽게 하냐고! 나가! 다시는 오지 마! 너 같은 거한테 물건 안 팔아!"
재영은 분통이 터졌다.
모든 이가 나를 우습게 본다.
이런 대우를 당하는 것도 지겹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처지를 견뎌야 한단 말인가.
“내가 우습게 보이죠? 어려 보이죠? 내 나이 올해 쉰 셋이에요!”
“……!”
덩치가 멈칫했다. 짧은 사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하더니 두툼한 팔로 재영을 마구 밀쳤다.
"나가요!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요!”
우악스러운 힘에 재영은 허둥지둥 뒷걸음질 치며 마트 밖으로 떠밀려 났다.
덩치는 두꺼비 같은 손을 탁탁 털며 온갖 상스러운 욕을 내뱉은 뒤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재영은 멍하니 서 있다가 집으로 몸을 틀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다시 들어가서 따질까? 아까보다 더 잘 따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저 남자는 도무지 말이 통할 것 같지가 않아.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저 사람이 자기 잘못을 뉘우칠 것 같지가 않다고. 결국 내 시간만 낭비하는 거지.”
별안간 두 손이 무겁게 느껴져 고개를 내려보니 양손에 마트 로고가 찍힌 봉지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자존심도 없구나. 그 와중에 가게에서 산 봉지는 챙겨온 걸 보니. 이따위 물건 필요 없다고 내던지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