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구간 (3) 일이 꼬였어

by 노동자a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재영의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렸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그의 외출복은 늘 똑같았다. 안에 뭘 입든 겉에는 검은색 패딩을 걸치고 같은 색 야구모자를 푹 눌러썼다.

남의 눈에 띄기 싫어 어두운색을 입었건만, 오늘따라 너무 남루한 것 같아 몹시 눈치가 보였다. 급기야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까지 가빠 왔다. 그때 캐셔가 물었다.


"마일리지 카드 있으세요?"

"아니요."

"결제 카드 긁어주세요."

"예."


재영은 신용 카드를 리더기에 긁고 주머니에 넣었다.


'휴우. 다 끝났군. 이제 물건을 들고 여기서 나가는 일만 남았어.'


마음을 푹 놓으려는 때였다.


"현금 영수증 해드릴까요?"


캐셔가 물었다. 재영은 당황했다. 뭘 빠뜨린 모양이다. 빨리 나가고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해주십시오."

"카드 다시 주세요."


재영은 집어넣었던 카드를 황급히 꺼내 내밀었다. 그런데 금전 출납기를 들여다보던 캐셔의 표정이 바뀌더니 카드를 도로 주었다.


"아, 이건 안되네요."

"왜요?"

"이게 안 돼요. 이미 해버려서."

"뭐가 안 돼요? 해준다면서요?"


재영의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일이 꼬였다. 말을 제대로 못 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될 거야. 아니, 돈은 나중 문제다. 내가 할 말 못 하고 이대로 가버리면 저 여자는 물론 주변에서 나를 힐끔거리는 사람들 모두 나를 우습게 볼 거야.’


재영은 이 자리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마땅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해달라고 한 게 아니라 그쪽에서 해준다고 한 거잖아요.”

"글쎄, 안된다니까요, 아저씨."

"다른 데서는 다 해주는데 여기선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재영의 목소리가 커진 건 겁이 나서였다. 다른 데서 해줬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거짓말이다. 다른 마트를 간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강하게 대꾸하지 않으면 무시당할 것 같아 외쳤을 뿐이다.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재영에게로 꽂혔다.

그때였다. 다른 계산대를 담당하던 덩치 큰 남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너 뭐야? 왜 매장을 소란스럽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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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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